임기 내내 40% 이상 지지율
퇴임 10개월 앞두고 51%로 올라
실업률 감소 등 경제 호조 덕
공화당 분열로 견제 실패도 한몫
레이건 이후 첫 정권 재창출 도전
레임덕 반복 한국과는 딴세상
8년 전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에 도전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0년 이래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대통령 반열에 오를 태세다. 임기 내내 40%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다가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에는 50%까지 끌어올린 그에 대해 미국 언론에서는 1988년 공산권 붕괴를 이끌어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임기 말 국정 운영 지지율을 50%이상 유지하는 것은 정권 말기 지지율이 20%이하로 떨어지며 레임덕을 반복해 온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임기를 10개월 남긴 지난달 말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51%. 미국 경제가 호황국면이던 2000년 이맘때 빌 클린턴(62%) 전 대통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980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6명 대통령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직전 전임자인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8년전 지지율은 28%에 불과했다.
지난해 40%대에 머물던 오바마 대통령 지지도가 50%를 넘어선 이유는 단연 경제 호조다. 지난달 실업률은 5%로 절대 수치로는 부시(5.1%)와 비슷하고 클린턴(4.0%)에는 크게 뒤진다. 그러나 전년 대비로는 0.5%포인트 감소,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20~30%대 지지율에 머물렀던 부시, 카터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 아산정책연구소 워싱턴사무소 우정엽 소장은 “미국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경제 사정에 좌우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에 성공, 최고 10%(2009년 10월)에 달했던 실업률을 크게 낮춘 게 인정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소장은 “이란 핵 협상, 쿠바 재수교 등 외교분야의 업적도 높은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분열도 ‘레임덕’ 없는 오바마의 원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중간선거에서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한 이후 공화당이 의료개혁, 외교정책에서 제대로 오바마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공화당 의회 지도부는 이란 핵협상, 이민개혁, 예산안 처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민주당의 결집을 유도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줄곧 끌려 다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프랭클린 루즈벨트ㆍ해리 트루만(1933~1953년) 이후 64년 만에 최장기 민주당 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율을 기반으로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오바마 정책’을 승계하겠다고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ㆍ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 10여 명을 공개 지지하면서 여전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임기 막바지 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보다는 차기 권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강력한 현직 대통령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지원에 나서지 않았던 부시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쯤 되자 미 보수층에서는 ▦감세 ▦규제완화 ▦군비증강 등 공화당 진영에서 중흥시조(中興始祖)로 여기는 레이건 시대가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종말을 고하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ㆍ외교 정책이 상당기간 민주당의 기본 노선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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