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아이디어ㆍ기술 가진 벤처
투자 회수 전이라면 스타트업
시총 10억弗 이상 유니콘 스타트업
우버ㆍ샤오미 등 174개社 해당
삼성전자는 최근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권위주의 방식과 관행을 타파하고, 신생 혁신 창업 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처럼 활력이 넘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새 기업 문화를 확립하겠다는 다짐이다. 1분기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조차 ‘스타트업 삼성’을 외칠 정도로 스타트업은 지금 전 세계적 열풍이다. 과연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미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생겨난 용어 ‘스타트업’의 사전적 의미는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기존에는 없었던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만을 스타트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혁신 창업 안내서인 ‘스타트업 똑똑하게 시작하라’도 스타트업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문제를 찾아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작은 규모의 기업’으로 정의했다. 자연스레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우버가 스타트업인 이유
우버는 현재 세계 최대 스타트업이다. 놀고 있는 차량을 이용해 택시보다 적은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있다면 태우는 사람과 타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일 것이다. 2009년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우버다. 미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우버는 세계 각국의 현행 법과 택시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58개국 300여개 도시에 진출했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무려 620억달러(약 74조원)로,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약 32조원)의 2배를 웃돈다.
웬만한 대기업보다도 거대해진 우버를 여전히 스타트업으로 보는 이유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을 한 것도 끊임없이 혁신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이다.
스타트업의 마지막 정거장은 ‘투자회수’(EXIT)이다. 통상 투자회수는 대기업에 지분을 팔고 인수합병(M&A)되는 방법과 증시 상장을 통해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러한 투자 회수 전까지의 모든 벤처기업은 규모와 연혁에 관계 없이 스타트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우버가 여전히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투자회수 전이지만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은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불린다. 미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올해 유니콘 스타트업 명단에는 전 세계에서 총 174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1위가 우버, 2위는 중국 IT업체 ‘샤오미’(기업가치 46억달러), 3위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255억달러)다.
‘청년들만 창업’은 편견
국내 스타트업 창업 30대가 46%
40대ㆍ60대 이상도 큰 비중
42%가 제품ㆍ서비스 개발 단계
국내에서는 30대 남성 창업이 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3만개를 돌파했다. 내년엔 3만5,000개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기관 ‘본투글로벌센터’가 지난해 설립 7년 이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벤처기업 7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는 국내 스타트업의 현 주소를 엿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자의 81.7%는 남성이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45.6%로 가장 많았지만 40대와 60대 이상도 각각 22.5%와 19.1%로, 20대(7.4%)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스타트업’이라 하면 청년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연령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의 성장 순서를 ‘창업 초기-제품ㆍ서비스 개발-투자유치-성장-투자회수’ 다섯 단계로 놓고 보면 국내 스타트업의 42% 정도는 제품ㆍ서비스 개발 단계에 있었다. 일단 창업하기는 했지만 아직 시장에 정식으로 발을 들이지 못한 스타트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는 의미다. 엔젤투자자 권영준 시저스파트너스 최고경영자는 “현재 부처별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지만 정작 현장에선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다”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더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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