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침 6시50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광림교회를 찾아 설교를 들었다. 예배가 막바지에 달할 무렵, 옆에 앉아 있던 여신도가 조용히 그에게 쪽지를 건넸다. “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힘내세요.” 담임목사가 설교에서 강조한 예수님의 기적에 빗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응원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수락산 중턱에 위치한 배드민턴장을 향하던 안 공동대표는 “신도님의 말처럼 될지 확신까지 할 수 없지만, 3당 체제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내심 ‘가능하다’고 믿는 모습이었다. 응원을 받아서인지 그는 제법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렸지만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뭐든지 잘 먹고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는 말 그대로였다. 유세 지역 이동 중 차 안에서 물을 자주 마시고, 목이 많이 잠기면 간혹 기침약 용각산(龍角散)을 한번씩 복용하는 정도다.
선거 운동 초반 다소 딱딱하던 표정도 한층 밝아져 있다. 그는 수락산 자락 끝에서 “선거 초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유권자들이 지난 주말 광주 유세를 기점으로 먼저 다가오기 시작했다”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또 “수도권 유세 현장에서도 유세차 뒤까지 찾아와 ‘힘내라’며 먼저 격려하고, 악수하는 이들의 손에도 이전보다 힘이 더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분위기 탄 安 “저와 함께 국민의당 후보를 국회로 보내달라”
안 공동대표의 말대로 이날 그가 방문한 서울 중ㆍ성동을과 관악구, 구로을, 강서구, 은평구, 경기 고양ㆍ파주 지원유세 현장은 활기가 넘쳤다. 오후1시 서울 옥수역 4번 출구에서 열린 중ㆍ성동을 유세장에는 300여명의 인파가 모여 그와 정호준 후보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다. 이어진 관악을 유세장인 신림동 대학촌 사거리에 안 공동대표가 나타나자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보냈다. 중장년 여성 지지자들은 연설이 끝난 안 공동대표와 악수하기 위해 유세차 근처로 대거 모여 주변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른바 아줌마 부대 현상으로, 얼마 전에는 한 여성 지지자로부터 기습 ‘뽀뽀’까지 당했다. 분명 전과는 달라진 열기였다. 안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이 막판 역전을 기대하는 곳을 돌고 또 돌고 있다. 이날까지 중ㆍ성동을과 은평구는 세 번, 관악구ㆍ구로을ㆍ강서구와 고양ㆍ파주도 두 번을 찾았다.
그가 유세현장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이 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의 결심으로 3당 혁명은 시작됐다. 제대로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도움되는 정치를 하기 위해 국민의당 후보에게 힘을 달라”는 것이다.
안 공동대표는 이틀 남은 유세 기간 모두 국민의당 후보들이 접전을 벌이는 수도권으로 향할 계획이다. 이미 호남의 28개 지역구에선 국민의당 우세로 판세가 굳어졌다는 자신감과 함께 호남당이란 지적을 벗어나기 위한 행보다.
그는 유세 이동 중 20대 총선 국민의당 예상 의석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주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예측한다”고 말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석을 넘어 30석 이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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