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코 앞에 두고 강행군을 펼치는 후보들이 ‘강적’을 만났습니다. 바로 미세먼지입니다. 10일 낮 12시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시간당 평균 농도는 159㎍/㎥을 기록했습니다.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건강한 성인들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외출자제’를 강력 권고하는 수준입니다. 후보들 입장에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지지를 요청해야 하는데, 유권자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으니 이래저래 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공원, 산책로는 후보자들이 즐겨 찾는 유세 포인트입니다. 가만 서 있기만 해도 수 많은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강서갑에 출마한 한 후보의 경우 지난 9일 서울 내발산동의 수명산을 찾았지만 1시간 동안 10명도 채 못 만났다고 합니다. 공룡선거구를 갖고 있는 강원지역 후보들의 사정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후보는 이어서 찾은 우장산에서도 허탕 치다시피 하자 이후 잡혀 있던 봉제산 일정은 아예 취소했습니다. 캠프 관계자는 “희뿌연 하늘 탓에 외출 나온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며 “이후 일정을 지하철역으로 급하게 바꿔 오전 ‘손실’을 만회했다”고 했습니다.
어떤 후보는 미세먼지 복병에 건물 벽을 보고 유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이 후보는 주택가로 확성기를 들고 돌았습니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정도 날씨면 다들 외출을 안하고 집에 머물 것으로 봤다”며 “화곡 1ㆍ2ㆍ8동, 우장산동 골목을 돌았다”고 했습니다. 이 지역은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이 밀집한 곳입니다. 성과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시끄럽지 않는 크기로 건물 벽을 향해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자 많은 주민들이 창문까지 열고 경청해줬다는 겁니다. 이들의 공통된 걱정은 투표일인 수요일에도 하늘이 이러면 어떡하냐는 것이었습니다. 13일 오전에는 전국에서 비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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