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13명 중 11명 20대 여성
외교부 “여권 소지해 자력 탈출”
北근로자들 추가 탈북 가능성도
7일 입국한 북한인 13명은 대부분 20대 여성으로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다 이달 초 탈북 의사를 우리 정부 측에 밝힌 뒤 항공편으로 동남아를 거쳐 속전속결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로 북한 사회가 동요하면서 추가 탈북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탈북한 종업원 중 30대는 지배인 남성 1명과 여성 종업원 1명 뿐이며 나머지 여성 종업원 11명은 22~25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의 추적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탈북을 결심해서 떠나기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이 걸렸다”며 “이들이 해당 식당의 전체 종업원이 아니고 남은 종업원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종업원들이 북한 당국에 신고하기 전에 전광석화처럼 탈출을 감행했다는 얘기다. 이들이 5일께 근무지를 이탈해 동남아시아를 거쳐 7일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돼, 최초 탈북 결심 시기까지 합쳐도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 정부간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 엇갈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들의 탈북은 자력으로 이뤄진 것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자력으로 항공권을 구입해 동남아로 나온 뒤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미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이들이 북한 여권을 갖고 있어 항공권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제3국에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협의 없이 집단적으로 출국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국 입장을 고려, 이들의 자력 탈출을 강조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들의 탈출 결심에는 상납금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제재 여파로 북한 식당 매출이 반토막 이상 줄어드는 등 경영난이 심각해졌는데도 북한이 5월 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상납 요구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식당들은 상납금 조달을 위해 무허가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등 불법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납금은 한 식당마다 한해 10만 달러 수준으로 전해졌다.
TV 등을 통해 접한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도 탈북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이들은 입국 후 조사 과정에서 “대북 제재가 심화하면서 북한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됐다” “한국 TV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한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 “이번 기회가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탈을 결심했다” 등의 진술을 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정부는 최근 대북 제재로 북한 사회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핵실험에 쓸 돈으로 쌀 한 자루씩 공급해주면 절을 하겠다‘ ‘배급도 안 해 주면서 무슨 위성이냐’ 등의 여론이 있다는 첩보사항이 있다”며 “해외에 나와 있는 근로자들이 추가 탈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선박 27척 중 제3국 국적으로 등록된 6척에 대해 해당 국가들이 모두 등록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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