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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치료 100년… 치유ㆍ소통의 장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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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치료 100년… 치유ㆍ소통의 장으로 재탄생”

입력
2016.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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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박물관 내달 개관

소록도 병원 100년사 발간

국제학술대회 등 다양한 사업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 박사와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07년 28대 국립소록도병원장으로 취임해 올해로 9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형철 원장(55). 소록도=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 박사와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07년 28대 국립소록도병원장으로 취임해 올해로 9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형철 원장(55). 소록도=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한때‘천형(天刑)의 섬’으로 불렸던 전남 고흥군 소록도.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아서 ‘소록도(小鹿島)’라 불렸다는데 아기 사슴의 눈망울 같은 아름다움은커녕 발길 닿은 곳곳 나병환자들의 슬픔만 배어있다.

이 섬의 상징이 된 국립소록도병원이 올해 개원 100주년을 맞는다. 1916년 일제강점기 ‘자혜의원’이 모태가 된 소록도병원은 국내 유일의 한센병 전문치료병원이다. 지금은 인권과 박애정신을 실천하는 곳으로 성숙했지만 과거에는 격리와 통제 속에 강제노역과 폭행ㆍ감금으로 얼룩지고 멸시와 천대, 편견과 차별의 암울한 공간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박형철(55) 국립소록도병원장은 다음달 열리는 100주년 기념식 준비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다. 한센병박물관 건립, 소록도 100년사 편찬,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위해 각계각층 인사와 전문가를 만나고 있다.

전남대 의대 출신 박 원장은 1995년부터 12년간 광주 동구보건소장으로 일하던 중 2007년 공석이 된 소록도 병원장에 지원, 지금까지 근무 중이다.

박 원장은 “한센인에 대한 편견이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10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은 소통이다. 단절의 소록도가 외부세계와 소통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임기 중 막중한 일을 맡아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소록도병원은 전신인 자혜의원이 1916년 2월 24일 고흥에 문을 연 뒤 이듬해 5월 17일 정원 100명, 환자 73명으로 공식 개원했다. 이후 갱생원, 중앙나요양소, 소록도병원, 국립나병원에 이어 1982년 12월 31일 지금의 국립소록도병원이 됐다.

박 원장은 “한때 수용환자가 6,000명에 달했고 지금은 550여명의 한센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양성 환자 9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치됐다”며 “남아있는 한센인의 평균 연령이 75세로, 고령 탓에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종 질병이 등장할 때마다 잘못된 상식이 세간에 퍼지면서 차별과 인권의 문제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의료진 가족까지 감염자 취급을 하며 따돌림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1916년 2월 조선총독부령에 따라 세워진 소록도 자혜의원(위)과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현재 국립소록도병원 본관. 소록도병원 제공
1916년 2월 조선총독부령에 따라 세워진 소록도 자혜의원(위)과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현재 국립소록도병원 본관. 소록도병원 제공

박 원장은 “소록도 병원 개원 100주년의 의미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되는 소중한 역사적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100년 기념사업 중 하나인 한센병박물관은 소록도의 역사와 인권, 문화, 예술, 교육의 복합적인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상설 전시실, 기획 전시실, 수장고, 도서실, 교육장 등을 갖춰 5월 개관한다”고 설명했다.

한센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그들만이 사용했던 개인치료용 칼, 연탄형틀, 단추 끼우개 등 10종류 18점의 독특한 개인 용품은 상징성이 높아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마리안느, 마가렛 두 수녀 사택과 병사성당 등도 문화재 지정을 추진한다. 5, 6년 전부터 준비해 온 소록도병원 100년사는 올해 7월 발간한다. 지난 100년간 한센병 정책과 의료 발전, 한센인의 삶과 피해사건 등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리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

그는 “박물관과 100년사는 질병과 어두운 과거뿐 아니라 인권, 갈등의 문제까지 망라한 기록을 사실대로 보여줄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한센인의 다양한 증언과 기록 찾는 작업은 계속 진행한다”고 말했다.

특히 5월 16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는 세계적인 전문가 30여명이 참여해 한센병 역사 및 인권, 의료, 재활 등 4개 분야에 대한 토론과 한센병 완전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 확대, 네트워크 구축을 논의한다. 소록도병원에서 43년간 자원봉사를 하다 10년 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던 마리안느 수녀도 이 기간 소록도를 찾는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수녀는 고흥군이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추진 중이다.

과거 소록도는 들어오기조차 어려웠지만 2009년 소록대교 개통 이후 방문객이 급증해 연간 30만명이 찾는다. 지금도 원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반 방문객에게는 환자주거지역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활동도 펴고 있는데, 이 중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주목 받고 있다.

박 원장은 “매년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을 씻기고 식사와 목욕을 거들고 마을 잡일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한센인들이 평소 우리 주변에서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다는 인식을 갖게 돼 편견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의 바람은 한센인과의 동행이다. 병원의 당연한 의무인 건강과 복지에 역사, 문화, 인권, 생태가 어우러져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는 “소록도병원이 한센인 회복자의 치유공간이 되고 일반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과거 100년이 질병과 아픔의 공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치유와 소통의 장으로 새롭게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록도=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1935년 제정된 조선나병예방령에 따라 설치된 일제강점기 인권탄압의 상징물인 강금실. 일제 말 부당한 처우와 박해에 항거하던 호나자들이 무수히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됐다. 이곳은 2004년 2월 6일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67호로 등록됐다. 소록도병원 제공
1935년 제정된 조선나병예방령에 따라 설치된 일제강점기 인권탄압의 상징물인 강금실. 일제 말 부당한 처우와 박해에 항거하던 호나자들이 무수히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됐다. 이곳은 2004년 2월 6일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67호로 등록됐다. 소록도병원 제공
검시실 또는 해부실로 불린 건물이다. 내부에는 사망환자의 유해를 보관하는 영안실이 있었다. 2004년 2월 6일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66호로 등록됐다. 소록도병원 제공
검시실 또는 해부실로 불린 건물이다. 내부에는 사망환자의 유해를 보관하는 영안실이 있었다. 2004년 2월 6일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66호로 등록됐다. 소록도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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