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는 지금] 아베 신외교의 특징은?
알림

[세계는 지금] 아베 신외교의 특징은?

입력
2016.04.10 20:00
0 0

_최우선 상수는 중국견제. 호주ㆍ인도+동남아 신구상

_신현실주의, 신중상주의

_“중국에 실망해가는 한국 활용론 급부상中”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가을 집단자위권법 통과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의 행렬이 도쿄 나가타초(永田町) 국회의사당 앞을 뒤덮었다. 그러나 ‘전쟁법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일본 사회내 여전히 미약한 존재다. 침묵하는 다수의 생각은 이와 같지 않다. 때문에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화’는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의 패권이 가시화하면서 ‘일본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이 먹혀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범국가로서 위축돼있던 일본이 ‘국제사회에선 결국 힘이 우선’이라는 이른바 ‘현실주의(realism) 외교’ 노선을 수용하고 노골적으로 가속화하는 국면이다.

이런 흐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들어 구체화됐다. 아베 외교정책이 ‘신현실주의’로 평가받고,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아시아에서 새로운 패권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는 ‘지구본 외교’라 명명할 만큼 2013년 이후 40여 차례가 넘는 해외순방에 나서고 있다.

중국ㆍ한국과 싸늘한 관계 호주ㆍ인도로 돌파구 열어

아베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의 안정에 관한 언급을 최종성명서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했다.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조해 분위기를 몰아갔다. 냉전시대 내내 일본은 미국을 유일우방으로 삼아 아시아에서는 고립적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중국,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돌파구를 찾은 게 호주와 인도다.

아베 정부가 전임 정권과 다른 점은 외교적 교류의 핵심에 안보협력을 집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현재 일본과 가장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쪽은 호주다. 일본 관가에선 호주를 사실상의 ‘준동맹’으로 부르고 있다. 작년 11월 일본은 호주 해군을 위해 고도화된 잠수함 건조사업을 제안했고 해상자위대가 긴밀히 협력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다른 비중이 인도에 몰려있다. 아베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략적 글로벌파트너십을 선언하고 해상자위대가 인도 동부 말라바 해상에서 미국, 인도와 해상훈련을 강행했다.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미사일 순양함, 핵잠수함 등이 즐비한 가운데 해상자위대 후유쯔키 호위함이 나란히 참가한 것이다

일본은 동남아에서도 한층 강화된 역할을 모색중이다. 대부분이 중국과 영토분쟁으로 엮여있는데다 일본의 꾸준한 경제지원으로 전통적 ‘친일 국가그룹’이다. 극우진영에선 동남아에서 ‘종주국’ 지위를 복원하자는 극단적 주장도 난무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과 동반자 파트너십을 체결할 만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자/2016-04-10(한국일보)
G7 정상회의 참석자/2016-04-10(한국일보)

글로벌 경쟁시대 ‘신중상주의’ 외교 전략

아베 외교의 또다른 키워드는 정부가 나서 국제프로젝트를 따내 국부를 축적하는 ‘신중상주의(新重商主義)’기조다. 일본 보수진영에선 민주당 정권 시절이던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놓고 한국에 패했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히타치(日立)제작소 등 일본ㆍ미국기업 컨소시엄이 원전수주 실적이 없었던 한국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 하토야마(鳩山由紀夫) 정권은 해외전개 각료회의를 여는 등 해외인프라 세일즈에 각성하기 시작했다. 특정기업군과 밀착관계를 터부시해온 민주당내 분위기에 변화조짐이 일어났다.

새로운 기류는 아베 정권에서 본격화했다. 개별기업과 정부 및 공공기관이 해외사업 수주에 철저히 협력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결국 2010년 10조엔 수준이던 인프라수주 실적이 2013년 16조엔으로 늘어났다. 특히 아베 정부는 특정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경쟁사간 균형에도 부심했다. 원전의 경우 터키는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리투아니아는 히타치제작소, 카자흐스탄은 도시바 등 지역별 안배를 고려했다.

신중상주의 외교는 지난해 절정을 맞았다. 인도의 모디 총리와 5차례나 회담을 갖고 인도 고속철도 건설건을 따냈다. 이후 타깃은 미국시장. JR도카이 신칸센(新幹線)을 전면 지원해 텍사스지역 고속철도 건설을 수주한 데 이어 리니어신칸센을 미 동부 해안지역에 수출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런 움직임 역시 중국을 의식한 행보다. 고속철도만큼은 세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일본으로선 작년 9월 인도네시아 수주전에서 중국에 패한 충격이 컸다. 극우진영이 아베 정권을 비난할 때 대표적 사례로 동원될 정도다. 정권의 기반을 유지하려면 해외 세일즈외교에 몰두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견제 ‘한국 활용론’

일본 외교가에선 중국을 의식해 한국과 다시 가까워져야 한다는 견해가 부쩍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 북한 핵문제에 대한 역할을 놓고 한국내 실망감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초 아베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고 세력균형에 따른 평화추구에 무게를 둬왔다. “한일관계는 중일관계만 회복되면 어차피 따라온다, 최우선 변수가 아니다”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핵ㆍ미사일 도발 과정에서 한국 측의 대 중국 인식이 현실적으로 조정되는 중이란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위안부 합의가 한국 입장에선 일본이 유리한 결과로 보이지만 아베 정권의 일본내 입장에서 보면 양보한 측면도 있다”며 “기존엔 한국의 ‘중국경사론’을 의식했지만 일본내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을 의식해 한국을 포기하거나 방치했는데 이제는 한국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