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로 중태에 빠진 중국 거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89) 할머니가 10일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 할머니는 이날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의 동지병원을 퇴원한 뒤 대한항공을 이용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오후 4시3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할머니는 도착 즉시 중앙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하 할머니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로 앉거나 서는 것이 불가능해 중국 병원부터 중앙대병원까지 계속 누운 상태로 이송됐다. 대한항공은 하 할머니 이송을 위해 소형기종인 B-737 기종 대신 중형기종인 A-330 기종을 투입했고,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하 할머니를 위해 좌석 6개를 빼고 환자 운송용 병상인 ‘스트레처’를 설치하기도 했다.
중앙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하 할머니는 11일부터 본격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고령인데다 평소 지병을 앓고 있어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의료진은 판단하고 있다. 중국 공항에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들어온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환자가 평소 천식, 만성 폐쇄성 질환 등을 앓아왔고 현재 병세가 깊어 완전한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혈액검사 및 정밀검사 등을 시행, 정확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추가치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할머니의 셋째 딸 류완전(63)씨와 손녀가 함께 입국했으며, 류씨는 “어머니가 한국에 올 수 있게 도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하 할머니는 열 일곱 살이던 1944년 5월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8개월간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 “고향 사람들 볼 낯이 없다”며 귀국을 포기하고 중국인과 결혼해 중국에서 살았다. 지난 2월 이웃과 말다툼을 벌이다 2층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왔다. 하 할머니는 평소 “한국에 꼭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 왔고, 가족들도 한국에서 치료를 원했다.
하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기초생활보장급여(월 최대 47만원)와 치료비, 지자체로부터 위안부 피해자 지원금(월 70만원) 등을 받게 될 예정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하 할머니를 어렵게 모셔온 만큼 고국의 따뜻한 품 안에서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하시도록 치료 지원에 성심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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