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맨’ 매니 파퀴아오(38ㆍ필리핀)가 티모시 브래들리 주니어(33ㆍ미국)를 누르고 21년간 정든 링을 영원히 떠났다.
파퀴아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브래들리와 세계복싱기구(WBO) 인터내셔널 웰터급(66.68kg) 논타이틀 매치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전원 116-111)을 거뒀다. 5점 차이가 난 일방적인 파퀴아오의 승리였다. 경기 뒤 ESPN의 자체 집계 결과에서는 117-109의 스코어 차가 나기도 했다.
이로써 사상 최초 8개 체급 석권에 빛나는 파퀴아오는 브래들리(37전 33승 1무 2패 1무효경기)에게 2패를 안겨준 유일한 선수로 남았다. 아울러 11개월 전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9ㆍ미국)와 ‘세기의 대결’ 패배를 씻고 통산 58승(66전 38KO 6패 2무)째를 기록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파퀴아오는 고국 필리핀에서 정치에 전념하게 된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필리핀 대통령이다.
파퀴아오의 고별전을 보기 위해 1만4,665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둘 간의 자존심을 건 통산 3번째 대결이 막을 올렸다. 파퀴아오는 4년 전 브래들리와 첫 대결에서 1-2 논란의 판정패를 당했고 2년 뒤 재대결에서는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설욕했다. 이날 전까지 화려한 브래들리의 프로 전적에 유일한 오점을 남긴 선수가 바로 파퀴아오였다.
공이 울리자 초반 탐색전 이후 시종일관 치고 받는 명승부가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쓸데없는 클린치가 거의 없는 깨끗하고 화끈한 난타전으로 파퀴아오의 은퇴 경기가 화려하게 장식됐다. 첫 3라운드는 탐색전이었고 4라운드부터 파퀴아오의 맹공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파퀴아오의 우세 속 서로 치고 받는 난타전이 이어졌고 7라운드 종료 직전 마침내 브래들리가 첫 다운을 당했다. 브래들리 입장에선 기분 나쁜 다운이었다. 충격은 받지 않았으나 스텝이 헝클어지며 중심이 무너져 손을 링 바닥에 짚었다.
파퀴아오의 전매특허인 왼손 스트레이드에 고전하던 브래들리는 8라운드에 대반격을 가했다. ‘사막의 폭풍’이라는 자신의 별명처럼 폭풍같은 몰아치기가 인상적으로 전개됐으나 파퀴아오는 견뎌냈다. 9회 들어 다시 파퀴아오의 정확한 왼손에 걸린 브래들리는 이번엔 제대로 된 다운을 당해 승기를 잃었다.
이후 파퀴아오는 몇 차례 브래들리의 반격을 뿌리치고 무난하게 12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경기 뒤 파퀴아오는 승자 인터뷰에서 “가족들에게 은퇴를 약속했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래들리와 3차례 대결 끝에 처음으로 뺏어낸 다운에 대해선 “내 계획에 있었고 훈련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명우 MBC 권투 해설위원은 “파퀴아오의 왼손 주먹이 잘 먹혔다”며 “두 선수 모두 마지막이란 각오로 멋지게 해줬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너무 아쉬울 만큼 파퀴아오의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이 확인됐다. 반격할 타이밍을 주지 않는 노련함에서 파퀴아오가 한 수 위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대전료로 파퀴아오는 2,000만 달러(약 230억7,000만원), 브래들리는 400만 달러(약 46억2,000만원)를 받게 된다.
정재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