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배트맨 대 슈퍼맨)마저 기대를 저버렸다.”
요즘 극장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말이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할리우드 봄 대작 ‘배트맨 대 슈퍼맨’의 흥행 활약을 기대했는데 영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흥행 부진이 겹치면서 봄 극장가 시름도 커지고 있다. ‘극장가 보릿고개’가 여느 해보다 높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일일 흥행순위에 오른 한국영화 ‘날, 보러와요’의 관객은 11만2,203명이었다. 설 명절이 지난 뒤 4월 중순까지는 극장가의 비수기라고는 하나 1위라는 순위가 민망할 흥행 성적이다. 아무리 4월 극장가라도 20만 관객 정도는 차지해야 1위에 오를 만하다는 게 극장가의 통설이다.
일일 흥행순위 2위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9만7,210명)가 차지했다. 지난 2월17일 개봉한 영화가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관객들이 반길 새로운 영화가 없다는 의미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미 흥행 동력을 잃어 이날 4위(4만6,270명)에 그쳤고, 지난 7일 나란히 개봉한 신작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와 ‘독수리 에디’가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봄나들이에 관객들을 뺏겼다기 보다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방증이다.
2월 ‘검사외전’(970만6,328명)이후 작은 영화 ‘귀향’(358만227명)과 ‘동주’(115만9,672명)가 지난달 예상 밖 흥행 성과를 올렸다고 하나 이들을 뒷받침할 만한 이렇다 할 상업영화가 없었다. 지난해의 경우 4월1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324만7,955명을 동원하며 극장가 춘궁기를 해결했다.
이달 들어 9일까지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은 211만9,902명이다. 하루 평균 23만5,544명이 영화를 본 꼴이다. 이런 저조한 흥행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한 달 관객수는 7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관객 수는 1,272만1,639명이었다.
일각에서는 CGV가 지난달 단행한 차등좌석제의 영향을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차등좌석제는 관객들이 회피하는 객석 앞줄 구역의 가격을 내리고, 관객들이 선호하는 뒷줄 구역의 가격을 올려 사실상 가격 인상 조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볼 만한 영화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차등좌석제가 시행됐으니 관객은 줄 수 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극장가는 할리우드 대작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시빌워’)의 개봉(27일)을 고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팬들을 많이 거느린 마블스튜디오의 작품인데다 벌써부터 쏟아지는 해외 호평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한 극장 관계자는 “(13일 나란히 개봉하는)한국영화 ‘해어화’와 ‘시간이탈자’의 선전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시빌워’의 개봉이 더 기다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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