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통신이 활발한 현대인에게는 통신만으로 연결된 ‘친구’가 생긴다. 소위 SNS에서 사용하는 friend의 의미는 사전이나 전통적 쓰임과는 상당히 다르다. ‘This is my friend Tom’이라고 말하는 고정관념에서는 오랜 기간 사귀어 온 친한 사람이지만 SNS에서는 얼굴도 보지 않은 사람이 friend가 된다. 그러다가 관계가 멀어지면 ‘친구에서 제외한다’는 뜻으로 ‘unfriend’를 사용하기 시작하자, Oxford사전에서는 un-friend를 2009년의 ‘금년의 새 어휘’로 선정한 바 있다. 세계 인구 수억이 Facebook을 사용하면서 만들어 낸 표현이지만 지금은 16억 인구가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니 신조어 아닌 신조어이다.
Friend는 전통적으로 ‘명사’로 쓰여 왔는데 Facebook 등에서 보면 ‘동사’ ‘명사’로 두루 쓰인다. Oxford사전에 따르면 이미 1659년에 ‘We are not mutually un-friended by this difference’ 같은 기록이 있고 그보다 앞선 13세기에도 유사하게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unfriend=enemy’의 뜻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SNS 상에서 ‘더 이상 친구로 삼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Social Network 상에서 말하는 ‘친구로 삼다’는 이제 friending, befriending 같은 파생어로 확장되고 있고 그 반대 개념으로 un-friending이 쓰인다. 일부에서는 ‘친구였다가 소원해져서 이제 친구 관계가 아닌’ 것은 un-friend보다는 de-friend가 낫다고 하는데 친구 목록에서 지운다는 의미에서 cut이나 delist(e.g. He delisted me)로 표현하자는 주장도 있다. 친구가 아니라고 해서 원수(enemy)는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SNS 친구가 아니다’는 표현은 기존의 어휘가 이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한다.
‘상호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말을 unfriend라고 쓰는 문제를 놓고 그 대체어는 없을까 논쟁도 나온다. 그렇다고 estrange, alienate 같은 유사어를 쓴다고 해도 SNS 상에서 통하는 ‘친구 삼기’ ‘친구 제외하기’ 같은 의미를 담을 수는 없다. 최근 update되는 unfriend의 정의를 보면 ‘the act of removing a friend from your facebook account’처럼 나온다. 처음에는 Network이나 인터넷 상에서 ‘I’m going to unfriend him from my page’처럼 쓰다가 요즘에는 일반 구어에서도 ‘You’d better keep that unfriend away from you’(그 사람을 멀리하는 게 좋을 거야) ‘She is my worst unfriend’처럼 ‘unfriend=enemy’ 개념으로 쓰는 추세다.
그러나 비호감 SNS 친구를 이제 친구 목록에서 제외할 때는 다소 정감 어린 말로 ‘I unfriend thee!’(이제 그대를 친구 목록에서 제외합니다)처럼 고전어로 말하면 낫다고도 한다. Text가 ‘문자 통신’으로 ‘You text me about that’처럼 동사로도 쓰이고, friend가 파생되어 명사 동사로 확대 응용되듯이 사전에서 미처 등록하기도 전에 신조어가 빠른 속도로 대중의 언어가 되어버리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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