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11> 흑1로 끊겨서 중앙에서 흑집이 10집 가량 늘어나면서 단숨에 형세가 흑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알파고가 또 ‘이상한 수’를 두었다. 이세돌이 2로 상변을 젖혔을 때 그쪽을 외면하고 엉뚱하게 3, 5로 중앙 백 4점을 잡은 것이다. 그동안 알파고가 형세가 유리할 때 종종 저질렀던 실수다. 지금은 당연히 <참고도> 1로 받아주는 게 정수고 그랬으면 물론 흑의 무난한 승리였다.
이세돌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6부터 10까지 흑 6점을 잡았고, 이 바꿔치기는 흑이 5~6집정도 이득이다. 그래서 모두들 “드디어 알파고에 ‘버그’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극적인 역전을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알파고가 11부터 18까지 하변을 선수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19부터 27까지 중앙에서 12집 가량의?알토란같은 실리를 확보해서 역시 흑의 우세는 변함이 없다. 결과적으로 조금 전 알파고가 둔 ‘이상한 수’ 역시 ‘최선의 수’는 아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수’였던 셈이다. 불과 한두 집 차이로 승부가 뒤바뀔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인공지능 알파고에게는 단순한 계산문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금은 확실히 졌다. 10집 이상 차이가 난다. 세계 최강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2연패라니 아쉽다기보다 차라리 허탈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홍성지 9단) 결국 47수에 이르러 이세돌이 돌을 거뒀다. 211수 끝, 흑 불계승.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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