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던 스피스-필 미켈슨(오른쪽)/사진=PGA 페이스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스터스는 매년 신구 골퍼들의 경연장이 됐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대 스타 골퍼들은 건재한 데 반해 40대 이상 베테랑들은 리더보드 상위권에 거의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23ㆍ미국)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35야드)에서 열린 제80회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더블보기 2개, 보기 2개를 묶어 중간합계 3언더파 213타로 1, 2라운드에 이어 선두를 유지했다. 2위 스마일리 카우프먼(2언더파 214타)과는 1타차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에서 2년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29ㆍ호주)와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도 우승 가능성을 남겼다. 데이는 스피스에 3타 뒤진 공동 5위(이븐파 216타)에 자리해 있고, 스피스와 한 조를 이뤄 경기를 펼친 매킬로이도 공동 11위(2오버파 218타)에 위치해 있다. 데이는 지난해 8월 PGA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왕관을 추가하려 하고 있고,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 달성을 노리고 있다. 20대 '빅3'는 이름값에 맞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동안 메이저대회를 호령했던 전설들은 크게 고전했다. 마스터스 우승 2회를 포함, 통산 메이저 8승에 빛나는 전설 톰 왓슨(67ㆍ미국)은 대회 2라운드에서 합계 8오버파 152타의 부진한 성적으로 컷탈락했다. 마스터스 챔피언의 경우 평생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특전을 부여 받지만, 왓슨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더 이상 마스터스에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왓슨은 마스터스와 영원히 작별했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필드 위의 신사' 필 미켈슨(46ㆍ미국)도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씁쓸히 퇴장했다. 마스터스에서만 3차례 우승컵을 거머쥔 그는 1라운드에서 이븐파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지만, 2라운드에서 보기 4개와 더블보기 3개를 범하며 중간합계 7오버파로 컷탈락했다. 10일 뉴욕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켈슨은 경기 후 "지금까지 마스터스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이번엔 실수를 쏟아냈다. 실망스럽다. 이 코스에서 생애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성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며 낙담했다.
메이저대회에서 통산 4승을 거둔 어니 엘스(47ㆍ남아공)는 1라운드 한 홀에서 무려 6퍼트를 기록하며 골프계를 경악하게 했다. '퍼팅 입스(퍼팅 전 샷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각종 불안 증세)'를 보인 그는 2라운드까지 합계 9오버파 153타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는 미켈슨이 공동 2위, 타이거 우즈(41ㆍ미국)가 공동 17위, 엘스가 공동 22위에 올랐다. 올해는 메이저 우승의 대가들 가운데 베른하르트 랑거(59ㆍ독일)만이 상위권(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랑거는 1985년과 1993년 마스터스 우승자다. 우즈의 공백도 커 보인다. 1997년 이후 마스터스에서만 네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우즈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메이저 킹'들의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대회로 기억될지 모른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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