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선거 홍보물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죠.”
장성환(52) 203인포그래픽연구소 대표는 8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책상 위 선거 홍보물을 가리키며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있겠냐”며 이렇게 말했다. 2003년 디자인 회사를 설립한 장 대표는 7년 전부터 발행한 무가지 ‘스트리트H’ 등에서 정보를 시각화한 참신한 인포그래픽을 선보여 주목 받고 있다.
정 대표의 말 대로 아닌게아니라 후보들은 소속 당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홍보물 디자인만은 비슷비슷하다. 클로즈업된 얼굴이 화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기호는 큰 숫자로 박아 뒀다. 정작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는 추상적인 단어 세네 줄이 전부다.
장 대표는 “선거는 정보로 이뤄져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유권자들은 정보를 거의 받지 못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들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하고 일꾼이 되겠다고 써놨는데 도대체 ‘바르다’는 것은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종이의 반 이상을 후보자 얼굴이 차지하고 정확한 정보라고는 기호밖에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연스레 ‘이미지 정치’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제한된 정보만 제공한다면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선거마다 “인물이 잘난 사람을 뽑고 숫자만 보고 뽑는” 반쪽 짜리 권리 행사를 안타까워했다.
가끔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홍보물도 그의 눈에는 영 ‘꽝’이다. 그들 역시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아 마찬가지”이며 “촬영 기법을 차별화하거나 디자인을 세련되게 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에서 활용되는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에만 예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는 연예인 인기 투표나 화보 감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홍보물의 경우 안쪽에 후보 정보를 많이 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장 대표는 “글로 나열된 수많은 정보들을 하나하나 살필 여유가 있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누가 일일이 공부해가며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눈에 홍보물 속 정보들은 “후보자의 정치 철학이나 능력과 전혀 관련 없는 불필요한 정보투성이”다. 매번 이런 안내물로 치르는 선거를 봐오면서 그는 “진짜 알려야 할 것을 의도적으로 감추는 것은 정치인들의 고도한 전략 아닐까”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인포그래픽 전문가가 제안하는 선거 홍보물은 뭘까? 핵심은 “후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자가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해왔고, 그것이 정치와는 어떤 연관이 있으며, 공약이 국민들의 삶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한 장의 종이에 담아야 한다.
장 대표는 유용한 정보를, 쉽게,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인포그래픽 작업이 선거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투표는 향후 몇 년 간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진중한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건 디자이너인 그가 “이제는 데이터 정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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