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어느 때보다 ‘집토끼’잡기 경쟁이 치열합니다. 정치권에서 전통적 지지층을 가리키는 본래의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집’에 있는 유권자들을 뜻하는 집토끼인데요, 유세현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뿐 아니라 안방에 누워있는 이들의 표심까지 붙잡기 위해 최근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인터넷 방송’ BJ(Broadcasting Jockeyㆍ방송 진행자)되기에 나섰습니다.
선두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20대 총선에 불출마하고 당 후보지원에 나선 문 전 대표는 3월 31일부터 ‘마이 문 텔레비전(마문텔)’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합니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부터 악수를 거절당해 멋쩍어하는 모습까지 바로 곁에서 지켜보듯 볼 수 있습니다. 8일 이뤄진 문 전 대표의 광주방문 생중계에는 평소의 10배가 훌쩍 넘는 시청자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안 대표는 올해 3월부터 ‘국민 속으로’라는 이름의 인터넷 방송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진행해왔습니다. 그는 아무리 일정이 바쁜 날에도 단 10분이라도 방송을 진행하며 매일매일 시청자들과 만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안 대표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방송에서 안 대표는 선거나 정책 이야기는 물론 하루 일과와 자신의 취미인 ‘미국 드라마’ 등 다양한 주제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선거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후보자들도 인터넷 방송에 푹 빠져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윤후덕(경기 파주갑) 더민주 후보는 유세차와 소음, 흑색선전 없는 3무 운동을 선언하고 대신 매일 저녁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생방송, 한 번 더 부려먹자!’란 이름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이제 시민들을 찾아가는 방법도 조금씩 바뀔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손수조(부산 사상) 새누리당 후보도 아프리카TV에서 유세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지역 곳곳을 돌며 현장상황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채팅창에 올라오는 댓글을 읽고 답변하는 등 ‘청년 정치인’의 강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한다고 하네요. 또 이재오(서울 은평을) 무소속 후보도 인터넷 매체와 지역탐방 일정을 생중계 하는 등 인터넷 방송은 여야와 무소속을 가릴 것 없이 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은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도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수백, 수 천명의 유권자를 한꺼번에 만나는 ‘원샷’ 선거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세현장을 인터넷 중계하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현장 생중계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됐죠. 또 댓글을 통해 유권자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18대와 19대 총선에서는 각각 TV토론과 SNS가 선거 유세판도를 좌우했다는 평입니다. 그렇다면 20대 총선에서는 인터넷 방송이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4ㆍ13총선까지 앞으로 단 3일, 선거 운동 열기는 날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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