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에 5차례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던 송모(26)씨가 다니던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선발시험 문제를 빼내기 위해 교직원을 사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송씨가 지난 1월 다니던 제주의 A대학에서 치러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자체 선발시험을 앞두고, 5개 관련 학원에 교직원을 사칭하고 전화를 걸어 문제 출제 학원을 찾아낸 뒤,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 결과 송씨는 지난 1월 8일 이런 방식으로 알아낸 서울 신림동에 있는 문제 출제 학원을 방문, 내부를 염탐하다 시험지와 답안지 등이 2층 사무실 데스크 뒤 강의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훔칠 틈을 엿보던 송씨는 이틀 후인 10일 데스크 여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강의실로 들어가 시험지 1장과 답안지 2장을 빼내 달아났다.
하지만 해당 학원측은 도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같은 달 22일 시험지를 A대학 측에 전달했고, 훔친 시험지로 공부한 송씨는 자체 선발시험에서 평균 81점을 받아 A대학에서 1위로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측은 시험지 등을 1월 9일 늦은 시각 인쇄소에서 가져와 사실상 창고로 쓰는 2층 강의실에 잠시 뒀는데 다음날 도난 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송씨가 지난 1월 23일 PSAT(공직적성평가)형태로 치러진 A대 자체 선발시험 점수(평균 81점)와 불과 한달 반 후인 지난달 5일 같은 형태로 치러진 정식 시험 점수(평균 45점)간 편차가 큰 것에 주목 1차 시험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내주 초 사건을 마무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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