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배스킨라빈스의 매출이 높은 알짜배기 특수 상권을 유통업체 경영진의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 언론은 SPC그룹 쪽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특수관계점'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입수해 재계 유력인사, 공직자, 프랜차이즈 본사 전·현직 임직원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대형마트 내 점포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배스킨라빈스 점포 88곳의 정보가 정리돼 있는 이 자료는 이른바 '연줄'이 있어야 좋은 상권에 있는 점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회장님 동생부터 친구까지…대형마트 '노른자' 점포 독식
이 자료에 의하면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의 형수가 홈플러스 북수원점에서, 그의 처제는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배스킨라빈스 점포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홈플러스 북수원점과 안산점이 문을 연 2000년부터 현재까지 17년째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북수원점과 안산점은 전국 141개 홈플러스 매장 가운데 매출 순위가 5위 안에 드는 곳이다.
구학서 신세계그룹 전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동생과 친구가 각각 이마트 성남태평점과 광명소하점에서 배스킨라빈스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일부 공직자들도 '특수관계점' 자료에 포함됐다. 이성규 전 서울경찰청장의 부인은 2005년부터 이마트 죽전점 배스킨라빈스를 운영 중이다. 이 전 청장은 2002~2003년에 신세계그룹을 관내에 둔 남대문경찰서장을 지낸 바 있다. 최현돌 전 부산 기장군수의 딸도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매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특수한 관계가 있는 점포'인 특수관계점 목록을 보면 SPC그룹 관계자들이 운영하는 점포는 모두 64곳인데, SPC그룹 전·현직 임직원 혹은 그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내 배스킨라빈스 점포는 절반 가까이 되는 28곳에 이른다.
■ 대형마트의 입점이 유리한 이유는
대형마트에 입점된 점포는 외부에 독립적인 점포를 여는 것에 비해 권리금도 없고 인테리어 비용이 적게 들어 투자비용이 적다. 또, 대형마트의 집객 효과로 매출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큰 폭의 임대료 인상으로부터도 안전하다.
이런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가맹점주 모집 과정이 불투명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점주 모집에 대한 내부 지침이 없어 점주가 된 근거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가맹사업 관련 법률이 허술한 것도 이유다. 이 법률이 특수관계자 등이 좋은 상권을 독식하는 문제를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대형마트 같은 특수상권을 일반 점주들이 차지할 기회가 없으며, 현행법은 허위·과장 정보 피해나 장사가 잘되는 점포를 가맹본부가 빼앗는 것을 막는 수준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6일 대형유통업체와 가맹본부가 이른바 '알짜상권'을 나눠먹는 비윤리적 경영행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소위 말하는 '빽'있는 특수관계인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결탁된 모습"이라며 "대형마트 같은 특수상권에서의 계약관계에서 투명하게 공개모집 절차를 거칠 것을 촉구한다. 동시에 공정위는 현행 법제에서 아무런 제재조치 없는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거래형태 규제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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