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거성’ ‘전본좌’ 보수논객 전원책이 부활했다. ‘시사예능’을 표방하는 JTBC ‘썰전’을 통해서다. 지난 1월 첫 출연 이후 매회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가 하면 지난 7일 방송이 시청률 최고치(5.02%,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를 경신하기도 했다. 2014년 3월 자유경제원장 임기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다 화려하게 돌아온 ‘가장 선명한 보수론자’ 전원책 변호사를 주요 키워드로 돌아봤다.
#보수주의 #단두대
전 변호사는 자칭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주의자’다. “한국의 보수는 제대로 된 자유주의 보수가 아니다”라며 “보수가 언제 있기는 했나”라고 말한다. 그는 “보수는 인간의 기본권과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 해야 한다”며 “권력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부와 더 큰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애쓸 뿐, 애초부터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지도자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보수의 핵심을 도덕성으로 규정한다. 도덕성이 결여된 한국의 보수를 “논리 없이 개인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이권 보수’다” 라고 정의한다.
‘올 단두대’ 발언의 근간이 여기에 있다. 지난 1월 선거구 획정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국회가 당리당략, 의원 개인의 이권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규정하고 방송에서 “지금이 올 단두대의 기회다. 국회를 통째로 없애버리고 새롭게 훌륭한 분들로 모셔 새롭게 입법부를 구성하자”고 말한 바 있다. 보수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원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십상시 #환관 #내시
그는 보수에 대한 소신과 배치되면 신랄하게 비판한다. 성역이 없다. 야권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을 ‘환관당’, ‘내시당’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전원 까기’란 별명이 생길 만 하다. 이렇다 보니 보수지만 ‘친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경향신문 기고한 칼럼 ‘십상시가 문제가 아니다’에 “후진적 민주정에나 있을 법한 천박하기 짝이 없는 권력 암투”라며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권력자에게 질문할 수 없거나 권력자가 답하지 않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라며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도 적었다.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거침없이 ‘십상시’, ‘환관’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MB정부 시절엔 4대강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5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계천이 전시행정의 전형인 ‘거대한 어항 만들기’였다면, 대운하는 ‘국토 배 가르기’란 매우 천박한 발상”이라며 MB정부의 핵심 정책을 비판했다. 성과주의와 업적주의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중등 교육 개선, 공정 거래질서 확립 등을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대 #거성
그는 1979년 경희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0년 군법무관시험에 합격했다. 10년 6개월간 법무참모로 복무한 뒤 중령으로 전역했다. “군 생활이 체질이다”라며 “군 생활하면서 단 한번도 군대가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그는 10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단 하루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군생활 말에는 평일엔 법무참모 업무를 보고 주말엔 전방 감시초소(GP)를 방문해 장병들과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직무, 계급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그의 이런 군 경력은 군 가산점제 부활 논란이 일던 2007년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는 기반이 됐다.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군 가산점제에 적극 찬성하며 “이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디 있나”, “자도 자도 졸리고,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곳이 군대”, “돈 100만원 줘도 군대 안 간다”등의 발언을 해 ‘전거성’ 칭호까지 얻으며 순식간에 인터넷 스타가 됐다. 한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을 정도로 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의 과거와는 모순된다. 하지만 당시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을 중심으로 “열악한 여건과 처우 속에서 복무하고 있는 일반 병사의 현실을 몸소 느끼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란 평을 받으며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열악한 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나 징병에 대한 근본적인 국가 보상 제도를 제시하지는 않고 ‘국가가 돈 한푼 안 들이고 보상하는 척 할 수 있는’ 군 가산점제만 옹호했다는 점에서 반대론자로부터 강한 비판도 받았다.
#골프망국론
전 변호사는 골프에 있어 단호한 입장이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골프망국론’이란 글을 1987년 한 일간지에 기고하면서부터다. 골프장은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 단계에서도 많은 비용이 들고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것이다. 우리 지형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력자를 향한 접대성 골프가 이뤄지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정치권에서 골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이 골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골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방송에서 진행자 김구라에게 “골프할 시간에 개그를 더 연구하라”며 가한 일침도 골프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대변인
직업이 정치인이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잠시였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의 대변인이 됐다 나흘 만에 사퇴했다. 사퇴 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상이 너무 높았다”며 “합리적인 보수층을 집결해 제대로 된 정치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정책을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당시 제안한 정책은 핵 자유권,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모든 범죄 전과 말소(7대 범죄 제외), 국민연금 폐지 등이다.
그는 또 “우리 민주주의 비극을 봤다. 의회를 구성할 의원 후보를 뽑는 절차가 하나 같이 시민들과는 동떨어져 후보들이 몇몇 당료들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며 자유선진당의 공천 과정을 정치인으로서 지켜본 소회를 밝혔다.
#막말
그를 높이 평가하는 네티즌들은 “발언이 거침없을 뿐 아니라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박할 수 있는 발언도 많다. 2013년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을 두고 “광주민주화 운동 때도 무기고를 습격했잖나”라며 “무기고를 습격하는 행위는 내란죄가 맞다”고 주장했다. 내란죄로 처벌받은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2012년 한 생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는 “김정일과 김정은을 개XX라고 하면 종북 세력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욕설을 해야만 자신이 종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수준 낮은 사상 검증 발언이란 비판을 불러왔다. 최근 ‘썰전’에 출연,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처럼 논란이 되는 발언은 삼가고 있는 듯하다.
시인, 군인, 변호사, 시사평론가, 대변인, 자유경제원 원장, 라디오 진행자, 사외이사, 시사예능 패널… 그가 거쳐간 직업이다. 법률, 정치, 역사, 문화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에 탄탄한 논리와 재치 있는 언변까지 더해져 새 무대에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시류에 따라 원칙과 소신 없이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난무한 탓일까. 그의 재등장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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