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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이냐 安이냐’ 대권 프레임 배수진…호남선 “짠하다” “협박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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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이냐 安이냐’ 대권 프레임 배수진…호남선 “짠하다” “협박같다”

입력
2016.04.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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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패권주의 결자해지” 긍정론

“지역 의원 뽑는 선거서…” 부정론

유권자들 깊은 고민에 빠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거리에서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거리에서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8일 ‘광주 선언’이 광주와 호남을 흔들고 있다. 호남 유권자들을 향해 ‘더민주 후보를 찍지 않아 패한다면 대선 후보 문재인은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로선 4ㆍ13 총선과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배수의 진’이자 정치 생명을 건 마지막 승부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야권의 뿌리인 호남의 지지 없이는 내년 대선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이벤트나 가식이 아닌 삶을 건 대(對)호남 고해성사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굳은 얼굴로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앞 사거리에 섰다. 그는 “그간의 부족함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광주시민 여러분 죄송하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광주정신’을 언급하며 한껏 낮은 자세를 유지한 문 전 대표는 스스로를 ‘못난 문재인’이라며 “분이 풀릴 때까지 제 얼굴을 맞대고 호되게 꾸짖어 달라”고 거듭 사죄 했다. 문 전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수백 여명의 지지자들의 환호가 쏟아졌지만 그의 굳은 얼굴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앞서 이날 광주 방문의 첫 장소로 민주화의 성지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택한 문 전 대표는 검은색 넥타이와 정장차림으로 참배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후 묘역을 둘러보면서도 그는 일일이 무릎을 꿇으며 비석을 어루만졌다. 문 대표는 양복바지는 흙투성이가 되는 것도 개의치 않고 순례를 이어갔다. 이날 문 대표의 곁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이 함께 하며 힘을 실었다.

문 전 대표의 승부수가 통할지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무엇보다 개별 후보들 간의 경쟁인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에게 ‘문재인을 안을 것이냐 버릴 것이냐’는 프레임(선거구도)를 제시한 점이 지적된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지역구 의원을 뽑는 데 ‘문재인’이라는 개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전국적으로 정당 지지율을 올리는 데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야권 관계자는 “호남 유권자들은 정권교체가 가능한 야권 후보와 정당을 찾는데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관리자’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문 전 대표가 그런 호남 민심에 정면 승부를 건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광주 유권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권포기라는 ‘광주선언’을 한 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가운데 누구를 밀어야 할지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50대 택시기사 윤모씨는 “호남이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오랜 전 얘기인데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협박하는 것이냐”며 “국민의당을 확실히 밀어줘서 안철수 공동대표를 앞세워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충장로에서 만난 50대 자영업자 박모씨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저렇게까지 망가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며 “야권을 이리 갈기갈기 찢어놓고 결국 새누리당 좋은 꼴만 만들려는 안철수 대표는 야당 인사인지 여당 인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은 특정 개인의 문제를 결정하는 선거가 아니다. 새로운 변화로 정치를 바꾸고 정권교체의 기반을 마련하는 선거이며 광주 시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대변인 논평을 냈을 뿐 대응을 자제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광주=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글' 발표를 마친 뒤 충장로를 빠져나가며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후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글' 발표를 마친 뒤 충장로를 빠져나가며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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