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야구점퍼에 청바지 입고
‘차르’ 카리스마 온데간데 없이
가발까지 쓰고 지지 퍼포먼스
“가슴이 좀 답답하다는 생각에…”
짬내 찾은 병원선 “큰 이상 없다”
일정 순연되며 2곳은 방문 못해
“몸 상태가 편치 않은 게 아니라 하도 많이 말을 하고 다녔더니.”
8일 수도권 집중유세에 나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건강 상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김 대표는 이어 “목소리도 쉬었고 가슴도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원을 찾았다)”라며 “별 다른 건강상 이상은 없어요”라고 했다. 이날 김 대표는 이성만 인천 부평갑 후보의 지원유세를 마친 뒤 짬을 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1940년생으로 올해 75세의 고령임에도 연일 지원유세 차 전국을 도는 강행군을 한 탓이다. 김 대표는 후두염 진단을 받아 기관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의사는 좀 쉬라는 소견을 냈는데, 김 대표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후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김 대표 측의 귀띔이다.
후두염 진단에 수도권 유세 일부 축소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시작한 공식선거운동 기간 동안 아흐레째 하루도 쉼 없이 전국을 돌고 있다. 선거운동 둘째 날부터 목소리가 가라 앉았고 5일부터는 아예 목이 쉰 상태로 유세에 나섰다. 좀처럼 유세 일정에 늦지 않았던 김 대표지만, 이날만은 목이 불편했는지 일정이 조금씩 순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건강에 이상 없다”면서 주변을 다독인 데는, 닷새만을 남겨둔 선거전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수도권 15곳에서 예정된 김 대표의 지원유세는 결국 서울 도봉을과 성북을 2곳을 제외한 13곳에서 진행됐다. 총 122석이 걸려있는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협공을 받고 있는 처지인 만큼 최대한 촘촘히 일정을 짰으나, 막판에 접어든 선거전을 감안할 때 김 대표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의 건강은 부인인 김미경 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전담하고 있다. 매일 홍삼 등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지만, 선거전 막바지로 갈수록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에 묻어 있었다. 김 대표는 목이 불편할 때를 대비해 이동 차량에 늘 생수와 목 캔디를 비치해 두고 있다. 앞서 6일 지원유세 차 중랑갑 지역을 찾았을 때, 서영교 후보가 김 대표에게 목에 좋다는 살구씨 기름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평소 서울의 한 호텔 헬스클럽을 이용하면서 사우나에서 피로를 푼다고 한다. 최근에는 빡빡한 유세 일정 탓에 제대로 된 식사보다는 유세현장에서 빵이나 분식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잦아 몸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었다. 이날도 김 대표는 인천 부평갑 유세 도중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차르’ 별명과 다르게 선거운동에 열심
김 대표는 이날 여느 때처럼 더민주의 선거운동복인 파란색 야구점퍼와 청바지 차림에 편한 회색 로퍼를 신고 있었다. 오전 7시30분 은평을에서 강병원 후보 첫 지원유세로 하루를 연 뒤 인근 박주민 은평갑 후보 사무실로 이동해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었다.
김 대표는 “더민주가 의회에 많이 진출해 지금까지 잘못된 경제정책을 시정하는데 유권자들이 옳은 심판을 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새누리당의 ‘한국형 양적 완화’ 정책을 겨냥, “추가적으로 돈을 더 발행해 문제를 해결하면 부실기업 생명을 연장하는 것 이상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제 문제를 언급할 때는 기존과 같은 단호한 어투였다. 하지만 유권자를 만나거나 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벌일 때는 ‘차르’라는 별명처럼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김 대표는 최근 투표 독려 캠페인에서 파란 가발까지 착용하는 등 유권자의 한 표를 더 얻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망가지는 것은 개의치 않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잘 보고 잘 찍자’는 취지에서 김 대표가 대형 포크 모형을 들었고, 양 옆에는 강병원 후보와 박주민 후보가 대형 돋보기 모형을 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첫 방문지인 은평구는 서울에서 중장년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와 관련, 더민주는 현정부의 기초연금 20만원보다 더 많은 30만원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다소 어색한 표정이었으나, 김 대표는 지역 유권자들과 함께 더민주의 정당기호 ‘2’가 새겨진 머리띠를 머리에 쓰면서 기초연금 인상 캠페인을 벌였다. 인천 부평시장에선 시민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계속된 강행군 탓인지 이어진 유세현장에서는 젊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율동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천ㆍ김포ㆍ고양ㆍ의정부=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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