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는 최고 수준의 경비와 보안을 유지해야 할 1급 보안시설이자 국가의 심장부다. 이런 중요한 기관이 20대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에게 다섯 차례나 뚫린 데 이어 관련 부처가 관리 책임을 축소ㆍ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청사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와 공무원시험 관리부서인 인사혁신처가 관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보보안지침 위반 사실을 숨기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공시생은 혁신처 사무실 도어록 옆에 적어놓은 네 자리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입해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청소용역 직원들이 업무 편의를 위해 적어둔 것이었다. 그만큼 평소 보안관리 체계가 엉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혁신처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비밀번호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벽면 비밀번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뒤늦게 번호의 존재를 인정했다. 또한 행자부 청소관리담당 주무관은 청소용역 직원들에게 비밀번호를 지우라고 지시해 경찰이 사건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지워진 상태였다. 행자부와 혁신처가 관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 해명을 일삼으며 축소ㆍ은폐에 나선 것이다.
혁신처가 수사 초기 합격자 명단이 담긴 컴퓨터(PC)를 보안지침대로 관리한 것처럼 거짓 해명한 사실도 드러났다. 황서종 혁신처 차장은 6일 “혁신처 사무관, 주무관은 PC 보안지침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경찰 조사 결과 PC 보안시스템 상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부팅단계 시모스(CMOS) 암호를 설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이동식저장장치(USB)는 정부 PC에서 구현되지 않는다는 행자부 설명도 사실이 아니었다. 무책임하고 무사안일한 공무원의 전형이다.
정부는 7일 행자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청사 보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확실한 개선대책 마련을 다짐했다. 지문인식시스템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첨단 보안시스템 도입 방안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하지만 일이 터지면 뒤늦게 호들갑 떠는 행태가 또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4년 전 60대 남성이 위조 신분증으로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불을 지른 사건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었음이 이번에 드러나지 않았는가.
정부청사 보안망을 원점에서 재구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직자들의 보안의식 확립이다. 사건 축소ㆍ은폐 의혹에 가담한 직원들의 잘잘못을 엄정하게 가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이들을 지휘 감독해 온 행자부 장관과 혁신처장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공직기강이 바로서고 더 큰 보안 재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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