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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GPS 간첩단’ 사건 무죄 확정… 허술한 수사에 의혹만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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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GPS 간첩단’ 사건 무죄 확정… 허술한 수사에 의혹만 남겨

입력
2016.04.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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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장비와 장거리로켓 위치추적 레이더(NSI4.0) 등 첨단 군사기술 관련 자료를 빼돌린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로 대북사업가 이모씨와 김모씨 등을 구속했다.”

2012년 5월 30일 서울경찰청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GPS 간첩단’ 검거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수도권 인근 지역에 GPS 전파교란이 발생한 직후라 이씨 등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경찰이 이씨가 비전향 장기수라고 밝히면서 커다란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사당국은 두 사람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북한 공작원의 실체는 없었다. 재판에서 김씨와 이씨가 넘기려던 자료는 누구나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고 이씨가 오래 전 전향한 장기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 수사기관이 주요 증거로 삼은 김씨의 진술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의혹투성이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와 김씨가 2011년 7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GPS 전파교란장비 및 전파감지기, NSI4.0 등의 군사기밀을 입수해 전달하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로 2012년 6월 기소했다. 이씨가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재판의 주요 쟁점은 김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여부였다.

김씨는 2010년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무역단체 관계자로부터 이씨를 만나볼 것을 제안 받고 이씨를 만났고, 2011년 7월 15일 이씨가 북한 공작원을 집으로 데려와 지령을 받고 군사기밀을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 곳곳에서 김씨 진술의 빈틈이 드러났다. 1심은 ▦김씨의 수첩에 김씨가 무역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기 전부터 이씨의 연락처가 적혀 있는 등 김씨가 먼저 접촉한 정황이 있는 점 ▦7월 15일 데려왔다는 북한 공작원의 정체가 불분명한 점 ▦군사기밀 수집활동을 했다는 시점이 동업 중이던 송이버섯 사업의 차질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된 시점이었던 점 등을 김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검찰이 2심에서 북한 공작원을 김모씨로 특정했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대북사업가 등이 “남북교역 업무를 하는 사람일 뿐 공작원이 아니다”고 증언하면서 2심 재판부도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이씨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군사장비 거래를 (북측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공작원 지령을 받은 이씨를 통해 김씨가 간첩 활동에 가담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요지여서 이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뉴질랜드 국적이었던 김씨는 주민등록법ㆍ여권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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