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된 난민촌에 집단 수용됐던 코소보 집시 난민들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엔코소보임시행정부(UNMIK) 소속의 인권자문위원회가 최근 세르비아 자치주인 코소보의 미트로비카 난민촌에서 발생한 참상과 관련해 유엔의 책임을 인정하는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유엔은 1998년 코소보 내전이 발생하자 코소보 북부도시인 미트로비카에 난민촌을 만들고 노약자와 임신부, 어린아이들이 대부분인 집시 난민들을 수용했다. 하지만 미트로비카는 대량의 산업쓰레기가 매장된 지역으로 대량의 중금속이 녹아 들어 죽음의 땅이 된 상태였다. 때문에 1999년부터 난민촌이 폐쇄된 2010년까지 미트로비카에 거주하던 집시들 사이에서는 비극이 끊이질 않았다. 기형아 출산과 조산, 사산이 잇따랐고 2005년과 2008년 사이에만 어린아이 77명이 납중독으로 사망하는 등 치명적인 질병이 난민촌을 휩쓸었다. 한 인권전문가는 “미트로비카에서의 10년은 코소보 집시들의 미래세대인 어린아이들의 씨를 말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UNMIK는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2006년 인권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최근 79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완성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유엔은 코소보 사태 이후 미트로비카에 집시들을 긴급 수용하면서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를 적절히 제공하지 못했다”며 “유엔은 사과 표명과 함께 피해를 배상하라”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는 조사보고서를 조만간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권자문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미트로비카 난민촌에서 벌어졌던 참상에 대해 유엔의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승리’로 여겨진다고 NYT는 지적했다. 집시들을 대변해 유엔을 상대로 피해 소송을 진행해왔던 다이애나 포스트 미국 변호사는 “유엔은 미트로비카에서 벌어졌던 집시들의 납 중독과 유산 등에 관한 책임을 끊임없이 부인해왔다”며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염원했던 정의의 한 축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엔이 인권자문위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닉 번백 유엔평화유지활동 대변인은 “인권자문위의 결정은 권고사항일 뿐으로 조사보고서를 앞으로 면밀히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며 사과와 배상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인권자문위의 이번 결정이 유엔과 아이티공화국 간의 소송 분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엔은 아이티에서 약 7,500명의 사망자를 낸 콜레라 전염사태와 관련해서도 소송이 걸린 상태다. 아이티공화국은 2010년 발생한 아이티 지진 당시 유엔이 콜레라에 감염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면서 전염을 확대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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