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욱(40) 한국식용곤충연구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식용곤충 분야의 1인자다. 경주대 외식조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9년부터 독학으로 식용곤충을 연구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때 ‘미친 교수’라는 말까지 들으며 기인 취급을 당했지만 지금은 정부와 대기업이 조언을 구하는 식용곤충의 권위자다.
식용곤충 전문가라니 왠지 시골에서 메뚜기를 잡아 먹으며 자랐거나 ‘파브르 곤충기’에 매료된 생물학자가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울 강남 출신으로 “비위가 약해서 곤충에 손도 못 대던 사람”이었고 전공 분야도 소비자행동과 외식경영이었다. 전문 지식이 없어 의사, 생물학자, 미생물학자, 수의학자, 식품영양학자, 식품가공학자, 농부 등을 만나며 독학했다.
그가 식용곤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슈퍼푸드라고 믿게 되면서다. 곤충 100g에 함유된 단백질은 소 100g의 3배에 달한다. 해외에서 제공하는 식량에 의존해서 살아야 하는 지역 주민들이 가축을 키우는 건 어림도 없는 일. 식용곤충이 그가 찾은 대안이었다. 곤충에겐 고온건조한 기후가 최적의 환경인데 실제로 기아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지역이 그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곤충을 먹는 나라도 많다. 하지만 영양 부족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먹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식용곤충을 압축해서 식품에 넣으면 10배는 먹을 수 있습니다. 그게 조리과학이죠. 그들에게 식용곤충 사육법과 조리과학을 알려주면 자급자족이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영양실조가 만연돼 있는 지역에 가서 두 달만 식용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먹게 하면 건강이 회복될 겁니다.”
하지만 김 소장의 뜻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학 내에서도 그는 눈엣가시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곤충은 미래식량이 아니라 ‘더러운 벌레’였고, 김 소장은 그저 ‘미친 사람’이었다. 교직과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대학을 나와 식용곤충 연구에 인생을 걸었다. 퇴직금을 털어 서울에 식용곤충 전문 식당을 차린 것이다. “미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최소한 5년 정도는 더 들을 줄 알았는데 대중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식용곤충 규제를 풀라고 관련 부처에 주문한 게 확실한 전환점이 됐죠.”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이 연구원들과 카페를 전전하며 지냈던 김 소장에게 최근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대기업 CJ가 손을 내민 것이다. 투자를 하겠다는 곳도 나타나 사무실을 마련하고 가공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네슬레 등 외국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한국식용곤충연구소의 자산 가치를 측정해 보니 37억원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여주에 메뚜기농장도 열었다. 식용곤충 중 메뚜기가 키우기 가장 까다롭단다. 살아있는 식물만 먹고 일조량도 충분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뚜기 사육 대중화 기술을 정립하기 위해 날씨 변화에 따라 온도ㆍ난방ㆍ습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팜도 함께 실험 중이다”고 말하는 김 소장의 표정에는 원하는 것을 성취한 자에게서 볼 수 있는 자긍심이 담겨 있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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