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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맞으며 야들야들 동래파전에 산성막걸리 “캬~”

입력
2016.04.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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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숭생숭 맘이 가만있지 않는다면 그건 봄이 그대 안에 쑤욱 들어 온 거다. 이럴 때의 처방전은 역시 여행이다. 4월에 부산에 간다면 어디를 가면 좋을까? 벚꽃놀이가 한창인 달맞이길도 좋지만 부산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현지인들이 즐기는 꽃길 온천천을 추천한다.

지하철 동래역에 하차하면 바로 연결되는 온천천공원의 규모는 총 45,770m², 길이는 2.88km로 이 길의 매력은 좀처럼 도심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동물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있다. 넓게 펼쳐진 하천 중간에 돌로 만들어진 징검다리 사이로 꽃과 나를 비춰주는 물이 흐르고 있고 그 물길을 따라 유유히 걷고 있는 백로의 모습은 무심히 지나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어도 키가 큰 하얀 새는 관심 없다는 듯 온천천의 운치만을 즐기고 있다. 백로뿐만 아니라 왜가리나 줄을 서서 헤엄치는 오리가족들의 모습들은 온천천의 아름다운 모습에 점수를 더해주고 있다. 온천천에는 조류뿐만 아니라 물고기들도 살고 있어서 그런지 운이 좋은 날에는 수달을 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최근 온천천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아담한 카페들이 문을 열었다. 강변꽃길을 산책하다가 커피 향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고 무료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바람을 가르며 벚꽃 나무사이를 달려보는 것도 내 생애 가장 기분 좋았던 봄날이 된다.

온천천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 있다. 오래 전부터 인근 고을에서는 “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東萊場)에 간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의 입맛을 당겨온 동래파전이 지금도 유명하다. 그 중 부산의 민속음식점 1호로 지정 받은 ‘동래할매파전’은 동래지역에서 70년 동안 4대를 이어오며 동래파전을 지켜 온 맛집이다. 예로부터 동래 금정산 주위에는 파밭이 많이 있었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나는 풋풋한 파에 부산포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물을 잘게 썰어 불에 살짝 구운 파전을 즐겨 부쳐 먹었다. 동래파전이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그 소문이 한양까지 올라가 조선시대 말기에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만들어 나오는 동래파전 대신 내가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면 ‘뜰에장’으로 예약하고 가면 된다. 동래파전의 유래를 들으며 자신이 직접 구운 동래파전과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맛은 부산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스토리가 담긴 음식은 어쩐지 더 맛있다. 동래파전을 함께 만들면서 지나간 옛날이야기를 들어 본다. 부산시 기장군 주변에는 쪽파가, 부산북구에는 명지산 대파가 맛있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항의 싱싱한 해물이 풍부했으니, 향토음식 ‘동래파전’이 탄생될 수 있는 배경이다. 겨우내 쪽파가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고 초봄에 쪽파의 단맛이 들 즈음 동래부사가 한양의 임금께 진상한 음식이 바로 동래파전이었다. 중앙에서 관리가 내려오면 특별한 음식으로 대접했던 양반들만의 음식이 구한말 세상이 바뀌면서 신분에 상관없이 서민에게 팔기 시작하면서 동래파전 먹으러 동래장에?간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부산에서 유명한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동래파전 체험에 참가하면 동래파전뿐 아니라 제철음식으로 준비한 식사를 먹을 수 있다. 된장 소스 샐러드, 우엉잡채, 나물, 된장국, 김치 같은 건강식과 부추 털털이 또는 보리쌀 떡의 한식 디저트가 제공된다. 뜰에장 대표는 평생 많은 손님을 치른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배웠다고 한다. ‘뜰에장’이란 마당의 다른 이름, 뜰에서 장이 익어간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동래파전뿐 아니라 메주를 쑤어 된장, 간장을 담아보는 체험과 함께,?시판도 한다. “부산의 관광 코스가 너무 획일적이어서 아쉽다.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맥을 이어 부산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대표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부산 지역 전통의 맛을 챙겨 볼 수 있는 곳이다. 동래파전 체험은 최소 3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명지 대파와 기장 쪽파가 통째로 들어간 동래파전은 봄날에 더욱 향기롭다. 따사로운 봄날 온천천에서 꽃놀이를 즐기고 동래파전에 금정산 산성막걸리를 곁들여 먹는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양소희 여행작가ㆍ부산관광공사(http://bto.or.kr/renewal/main/main.php)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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