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1에 불과한 나노입자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자산업의 핵심부품인 전자소자(트랜지스터)를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소규모 장비로도 구현이 가능한 이 기술은 중소기업들도 전자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지혁 희유자원활용연구실 선임연구원이 10나노미터(㎚) 크기의 금속 입자를 액체화해 전자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박막(두께 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막)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1㎚는 10억분의 1m다. 이 연구는 세계 3대 과학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 8일자에 실렸다.
나노입자는 성능과 비용 등에서 한계에 봉착한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다만 전자소자나 태양전지 등 전자산업에 범용으로 쓰려면 실리콘처럼 박막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나노입자들이 균일하게 배열된 박막을 만들면 전기 전도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상용화의 걸림돌이 돼왔다. 최 연구원은 나노입자 용액을 플라스틱 기판 위에 떨어뜨린 다음 빠르게 회전시켜 박막을 만든 뒤 화학물질 처리를 해 나노입자들 사이의 전기저항을 낮추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현재 실리콘 박막 전자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도의 고온과 진공 환경이 필요하다. 대규모 설비와 자금이 소요돼 중소기업에겐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다. 그러나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몇 가지 용액과 회전 장치로 나노입자 박막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다. 상용화할 경우 박막 제조에 걸리는 시간은 기존 1시간 이상에서 수분 이내로, 비용도 최대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금속뿐 아니라 반도체나 절연체 등 다양한 나노입자를 활용하면 기존 전자소자의 모든 구성 부품 제조 공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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