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대표이사 복귀
부진한 그룹 모태 구원투수로
정부의 ‘추가 허용’ 검토 맞물려
“쥐었던 것 놓아본 적 없다” 자신
“나는 한번 손에 쥐었던 것을 놓아본 적이 없다. 면세점 사업을 어떻게 내놓을 수 있겠는가.”
19년 만에 SK그룹의 모태인 SK네트웍스의 대표이사로 복귀한 최신원(64) 회장이 7일 서울 남대문로 사옥에 첫 출근하며 면세점 사업에 대해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정부는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결과에 따라 사업을 재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면세점을 포함해) SK네트웍스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 놓을 것”이라며 “SK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사업 부문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으로,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다. 1997년 SK네트웍스 전신인 ㈜선경에서 부사장을 지낸 이후 SKC를 맡아 경영해왔던 최 회장은 지난달 18일 SK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SK네트웍스는 선경직물이라는 이름으로 최종건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로 현재 무역, 렌터카, 패션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가 만든 회사에서 잔뼈가 굵었던 최 회장은 19년만에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온 셈이다.
면세점 사업에 대한 최 회장의 집념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SK네트웍스 상황과 무관치 않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20조3,558억원, 영업이익 1,91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각각 9.2%, 4.8% 줄어든 수치다. 최근 5년 사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감소했을 정도로 사업 하향세가 뚜렷하다. 특히 SK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이 2,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최근 10년 간 처음이다. 주력 분야인 석유 유통 사업을 포함한 주유소 사업이 유가 하락으로 저조했던 데다 상사 부문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유통 물량이 줄어 실적이 좋지 않다. 휴대폰 단말기 유통 사업을 하는 정보통신 부문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면서 고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SK네트웍스는 렌터카 등을 포함한 카 라이프 사업과 면세점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었지만 지난해 말 면세점 재승인 실패로 직원들 사기도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한 듯 최 회장은 “개척과 도전 정신으로 대변되는 창업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SK유통 시절처럼 다시 벌어들일 것이며 직원들의 사기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본사 1층부터 18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각 층에 돌며 임직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최 회장은 상견례를 마치고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업 문화를 일궈내자”고 당부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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