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무릎 꿇었겠나” 일부에선 동정론 긍정 효과
“朴대통령 팔아 표 구걸” 퍼포먼스로 보는 시각도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총선 후보들의 ‘큰절 읍소’ 유세 다음 날 대구 여론은 사죄의 진정성을 두고 평가가 엇갈렸다. 오죽하면 후보들이 모여 무릎까지 꿇었겠느냐는 ‘동정론’은 새누리당 적극지지층을 결집하는 긍정효과로, 막판 궁지에 몰리니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표를 구걸했다는 ‘퍼포먼스론’은 역효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대구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주민들을 만나보니 ‘박근혜 불쌍하다, 도와주자’는 말도 있었고, ‘맨날 이런 식이다. 역겹고 부끄럽다’는 이야기도 하시더라”며 “대구가 요동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대구지역 관계자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11명 후보(동을 무공천 제외)를 대동하고 주민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진정성이 큰 읍소였다는 평가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최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한 사랑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박근혜정부가 성공할 수 없게 된다”며 “후보자 일동이 잘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대구시민들을 하늘같이 모시겠다”고 했다. 조원진 대구 선거대책위원장은 “밉지만 버리진 말아주십시오”라고 했다. 전날 석고대죄한 양명모(대구 북구을) 후보는 이날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겠다”며 삭발식을 가졌다.
하지만 유권자 다수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읍소한 이번 큰절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대구 민심을 자극했던 ▦묻지마식 현역 컷오프 ▦대구 동을 공천 늑장 발표 ▦박 대통령 ‘존영 반납’ 논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장은 “부산은 현역이 전부 살아서 합(合)이 몇 선(選)이 된다는데 대구는 전부 초선으로 채워지는데 대한 박탈감이 크다”며 “오피니언 리더층에서 이 문제를 많이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을 하는 허모(39)씨는 “대구를 위한 프로젝트ㆍ정책ㆍ공약은 간 데 없고 오로지 박근혜만 외치니 좀 답답하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체제’에 실망한 민심이 국민의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란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는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갖고 막판 판세 분석과 전략수정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에서 “잠시 자만에 빠져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고 집권여당이 가야 할 길에서 옆길로 새는 모습을 보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석고대죄형’ 유세에 대해 “읍소하는 마음, 겸손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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