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처리하면서 ‘고무줄 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와 관련된 두 건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상이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7일 세종선관위에 따르면 전 날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에게 허위사실 유포가 인정된다며 ‘서면 경고’ 조치한 뒤 사건을 종료했다.
세종선관위는 지난 2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으로부터 ‘박 후보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고발을 접수했다. 박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원들이 탈당해 자신을 지지 선언했다고 밝힌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조사에 착수한 세종선관위는 고발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박 후보는 한창 경선이 진행되던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더민주를 탈당한 청년당원 박모 씨 등 11명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이들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런 내용을 선거 명함에도 적시했다. 하지만 세종선관위의 조사 결과 더민주를 탈당한 청년 당원은 5명뿐이었다. 4명은 아예 당적이 없었고, 2명은 탈당하지 않고 더민주 당원으로 남아 있었다.
앞서 세종선관위는 2월 박 후보 측 자원봉사자와 전통시장연합회 대표자를 ‘허위 지지 성명서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회 대표가 내부 규약 등에서 정한 통상적인 의사결정방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 후보를 지지한 혐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원봉사자도 허위 사실 유포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해 연합회 대표와 함께 고발 대상이 됐다. 박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하던 같은 당 예비후보들이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박 후보와의 연관성 등을 제기하며 엄정 수사를 촉구했지만 선관위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세종선관위가 박 후보와 관련된 유사한 2건의 허위사실 유포 사건에 대해 각각 ‘고발’과 ‘경고’라는 전혀 다른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이에 대해 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허위사실이 분명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다른 조치를 하냐. 선관위는 고무줄 잣대를 사용하느냐”며 “더민주 청년당원 관련 사건은 캠프 관계자가 아닌 후보와 직결돼 있어 봐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선관위 관계자는 “당사자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최대한 조사한 뒤 중앙선관위와 논의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봐주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더민주 당원 지지 건의 경우 일부만 허위 사실이고, 박 후보가 오인할 수 있는 부분 등을 고려해 경고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1항에는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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