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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형광등·전기 없는 냉장고… “아이디어가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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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형광등·전기 없는 냉장고… “아이디어가 반짝”

입력
2016.04.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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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인천 동암중 학생들이 5일 수업시간에 소형 음식 저장 냉장고를 제작하고 있다. 이 수업은 과학, 기술, 공학, 미술, 수학 등 각 분야를 연계하는 융합교육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그림 1인천 동암중 학생들이 5일 수업시간에 소형 음식 저장 냉장고를 제작하고 있다. 이 수업은 과학, 기술, 공학, 미술, 수학 등 각 분야를 연계하는 융합교육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과학·기술·수학·미술·음악 등

각 분야 연계·융합 수업 진행

정해진 답 주입하는 교육 대신

스스로 생각해 결과물 도출케

이론보다 실습, 마음껏 실험

“실생활 지식 넓고 깊게 배워요”

5일 오후 인천 부평구 동암중학교 과학실. 수업이 한창이었지만 교사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학생 20명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했다. 서로 의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학생 중 일부는 교사의 허락을 받아 운동장으로 나가 모래를 퍼오기도 했다.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표백제, 정수기필터, 바나나, 삶은 달걀 등 독특한 재료도 사용했다. 2학년 최환웅(14)군은 “페트병을 활용한 형광등을 만들고 있다”며 “물만 담긴 페트병에 빛을 비추면 안개처럼 뿌옇게 반사되고 표백제나 형광물질을 섞어 밝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진원(14)군은 “빗물을 식수로 활용한다면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빗물저장소와 정수기를 만들기로 했다”며 “한 학기 동안 나만의 아이디어로 마음껏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수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과학마니아’라는 이름의 이 수업은 스팀(STEAM)교육에 해당한다. 스팀이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미술(Art) 수학(Mathematics)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스팀교육이란 각 분야간 연계와 융합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이 학교에 융합교육의 씨앗을 뿌린 오재견(56) 수석교사는 “한 가지 수업을 통해 다채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스팀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통섭시대를 맞아 학창시절부터 과목간 장벽을 허물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 교사의 설명처럼 ‘과학마니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실생활에 유용한 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이 과정에서 과학, 기술,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과학원리를 이용해 아이템을 선정하고 설계도를 그리며 디자인을 배운다. 설계도면에 따라 직접 제품을 제작하면서 기술과 공학 관련 지식을 습득한다.

다양한 지식을 스스로 체득하는 것이 수업의 목표인 만큼 아이템 선정, 아이템에 접목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학생 스스로의 몫이다. 이 때문에 한 교실에서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6개 조로 나뉜 학생들은 빗물 저장소, 페트병 형광등, 바나나 주스, 팟인팟쿨러(전기가 필요 없는 음식 저장고로 일종의 냉장고) 등 서로 다른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팟인팟쿨러 제작에 열중하고 있던 권대원(14)군은 “항아리 속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그 사이에 모래와 물을 넣고 젖은 수건을 덧대면 냉각효과가 생겨 음식을 장기간 신선하게 보존할 수 있다”며 제품의 원리를 술술 설명했다. 권군은 “팟인팟쿨러를 휴대용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데 항아리를 깨뜨리지 않고 운반할 수 있는 보호구조물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권군이 속한 조의 학생들은 설계도에 따라 나무젓가락, 빨대, 신문지 등으로 보호구조물 제작에 열을 올렸다.

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조라고 해도 아이디어와 재료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도출되기도 한다. 이날 빗물 저장소를 만들기로 한 조가 2개 있었지만, 물을 맑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조는 ‘정수기 필터 원리’(입자 크기의 차이로 불순물을 걸러 내는 원리)를, 다른 조는 ‘사이펀의 원리’(압력차를 이용해 낮은 곳의 액체를 끌어올리는 원리)로 작품을 제작했다. 담당교사인 전현자(37) 교사는 “정해진 답을 주입하는 일반 수업과 달리 융합수업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본인이 구상한 제품이 실제 결과물로 나오는 성공의 경험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지세이버(G-Saverㆍ축열 장치) 제작이라는 똑같은 아이템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조마다 각기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수업을 들었다는 민규홍(15)군은 “같은 주제로 출발했는데도 각자의 설계도와 아이디어를 접목해 놓고 보니 조별 특색이 드러난 시제품이 나왔다”며 “답은 꼭 한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활용 아이디어ㆍ다른 분야 지식과의 접목에 따라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동암중은 이밖에도 다양한 융합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컴퓨터실에서 매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나를 광고하라’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사진을 찍어 포스터를 만들거나 영상촬영과 편집을 통해 스스로를 홍보하는 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미술, 컴퓨터 공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조희주(36) 강사는 “대부분 학생들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활용해 다채로운 지식을 흥미롭게 소개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교과목간 융합교육도 진행 중이다. 음악교과와 과학교과간 융합수업인 ‘에너지전환과 보존’, 미술과 과학 연계수업인 ‘빛과 파동’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류란주(47) 교무기획 부장은 “학생들은 융합교육을 통해 각 분야의 지식이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을 넓고 깊게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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