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히로시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히로시마

입력
2016.04.07 20:00
0 0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원폭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는 것을 일본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앞서 열리는 G7 외무장관 회의 개최지를 히로시마로 하고, 처음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 외무장관들의 기념공원 방문을 성사시키는 등 분위기 조성에 열심이다.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히로시마 선언’도 발표될 예정이다.

▦ 미국 대통령의 평화공원 방문은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원폭피해자와 반핵단체들의 숙원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무려 20만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낸 원폭의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한 끊이지 않는 비판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법적 책임문제는 끝났다고 하지만, 전쟁종결을 명분으로 한 원폭투하가 불가피했냐는 논란은 여전하다.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고, 반대로 미국민 절반 이상은 ‘정당한 선택’이라고 할 정도로 국민정서도 갈려있다.

▦ 원폭으로 무고한 민간인 수십만명이 숨지고, 피폭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신음하는 현실에서 ‘원폭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추가로 희생됐을지 모른다’는 미국의 논리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부가 원폭피해국인 것만을 강조하면서 원폭을 초래한 전쟁도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 헌법을 마음대로 해석해 군사력 확대에 목을 매는 일본이 미국을 비난할 수 있을까. 지난해 원폭투하 70주년 추도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역대 총리가 빼놓지 않고 언급했던 ‘비핵 3원칙’도 거론하지 않았다.

▦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5만명에 달하는 우리의 원폭피해자들이다. 대부분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 피폭된 조선인들은 지금까지도 일본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로부터 아무런 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은 책임 자체를 인정하고 않고 있고, 일본은 속지주의라는 이유를 내세워 배상은 커녕 치료마저 소극적이다. 원폭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 뒤에서 손을 놓고 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남의 일이 아니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