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격전지 순회 마치고 일주일 만에 서울 일정
연일 강행군에 목 상태도 악화, 목소리 작아지고 연설도 짧아져
하루 4~5명 후보 거뜬히 업다가 최근엔 몸집 작은 1~2명만
“한 번만 용서해주시겠습니까?”
7일 지방 격전지 유세를 마치고 일주일 만에 서울로 돌아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때와는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1주일 전 안대희(마포갑) 후보 유세 차량 마이크가 고장 나자 육성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던 김 대표의 우렁찬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동안 하루 평균 10여개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으로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
하지만 그를 변하게 만든 게 누적된 피로만은 아니다. 그 사이 텃밭인 영남 곳곳에서 고정 지지층마저 이탈하며 선거운동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그래서 연신 머리를 숙여야 했다. 이날 서울 강서를 시작으로 마포ㆍ성북ㆍ강북ㆍ도봉ㆍ노원ㆍ중랑을 비롯, 강서와 동북부 접전지 12곳을 40분 단위로 훑은 그는 가는 곳마다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는 사죄로 유세를 시작했다. 1주일 사이 변하지 않은 것은 청바지에 빨간색 야구점퍼, 빨간 운동화 차림뿐이었다.
마이크 잡는 대신 엄지 유세 하기도
김 대표의 이날 첫 유세는 오전 8시 서울 강서구 가양역에서 시작됐다. 공식선거운동 시작 이후 가장 이른 시각이었다. 자신의 오른팔로 불리는 김성태(강서을) 후보를 지원하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마이크를 잡는 대신 ‘기호 1번’을 의미하는 엄지손가락만 들어 보였다. 시민들과 묵묵히 악수만 했을 뿐 공개 연설은 하지 않았다. 역시 전국 순회 지원 유세로 악화된 목 상태가 문제였다.
20분 뒤 강서구 화곡역에서 진행된 구상찬(강서갑)ㆍ유영(강서병) 후보 공동 유세에서 는 주변 만류에도 어렵게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목이 아픈 듯 침을 두 번 삼킨 후 “앞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2분 50초 간 짧게 연설했다. 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두 번째 지원에 나선 안대희 후보 유세장에서도 김 대표는 5분짜리 연설로 마무리했다.
김 대표의 목 상태가 악화되자 참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4일 창원에서 이비인후과를 다녀온 이후 다시 병원을 찾진 않았지만 김 대표 주변엔 항생제는 물론이고 모과차, 도라지즙, 배즙이 상시 대기 중이다. 배즙은 5일 청주에서 한 여성 당원이 유세팀에 전달한 것이다. 5일 충청 유세부터는 의사 출신 당 대변인인 신의진 의원이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신 의원은 “배즙 등을 항상 갖고 다니다가 따뜻하게 데워서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어부바 유세’ 줄고 ‘사죄 모드’로 전환
공식선거운동이 반환점을 돌면서 김 대표의 체력은 방전되어가는 듯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어부바 유세’가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유세 초반만 해도 “내가 업은 사람은 전부 당선됐다”며 하루에 4, 5명은 거뜬히 업었지만 최근에는 하루 1, 2명을 업는 데 그치고 있다. 5일 세종시 조치원역에서 진행된 박종준(세종) 후보 유세에선 김 대표가 박 후보를 업다가 한 차례 실패하기도 했다. 이날 유세에서도 김 대표는 비교적 체구가 작은 이준석(노원병) 후보만 업으면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후보의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하는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유세 도중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안철수를 선택해주시길 (바란다)”고 발언했고 유세원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김 대표는 “여러분 웃기려고 일부러 그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대표의 이날 점심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4일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원내 과반(150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오전 11시30분 ‘공동선대위원장 긴급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선대위원장들과 함께 비빔밥을 먹은 것. 비빔밥 식사는 계파간 화합을 다진다는 차원이었다.
마침 이날 새누리당은 떠나가는 표심을 잡기 위해 ‘반성과 다짐의 노래(반다송)’를 제작, 온라인에 공개했다. 유행가 ‘연가’를 개사한 이 노래는 공천과정에 불거진 당내 계파갈등을 반성하고 앞으로 잘 해나가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김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잠시 자만에 빠져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고 집권여당이 가야 할 길에서 옆길로 새는 보습을 보였다”고 반성한 뒤 새롭게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마포갑 유세 도중 공천 과정에서 날을 세웠던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을 ‘형님’이라 부르며 동지애를 강조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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