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일중 ‘인성진로캠프’
외부에 의존 않고 학부모 참여
솔직한 질문 이어져 효과 만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일선 학교에서는 보통 중학교 2,3학년의 지필고사 기간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진로캠프를 운영한다. 전문 직업인을 초청해 특강을 하거나 관련 기관을 찾아 견학을 한다.
서울 금천구의 세일중학교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 없이 교사와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 자체적으로 진로캠프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해 성공한 학교다.

지난해 3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험 기관을 섭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던 이 학교 진로진학담당 박은주(43) 교사는 섭외에 어려움을 겪자 발상을 바꿨다. 박 교사는 “외부에 의존하는 진로 캠프 대신 교사 학생 학부모가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는 평소‘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하는 것이 진로교육이라고 생각했고, 학부모가 강사가 돼 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가족, 탄생,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가족, 그리고 인생’ 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계획은 세웠지만 강사로 나설 학부모 섭외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강단에 설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닌데다가 혹시 말실수라도 하면 자녀가 창피해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끈질기게 설득 끝에 결국 5명의 학부모를 강사로 섭외했다. 두 차례 사전 워크숍도 가지며 머리를 맞대 수업 때 활용할 퀴즈문제를 내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
결과는 대성공. “엄마가 학창 시절 때 좀 논다는 학생들이 놀러 가던 곳은?”, “부모님 학창시절에 좋아하는 이성에게 받았던 선물 1순위는?”같은 ‘세대 공감 퀴즈’에 학생들은 열광했다. 자유 질문 시간에는 “엄마들은 왜 나보다 동생을 더 좋아하나요?”, “학원에 가기 싫은데 왜 학원을 억지로 가야 하나요?” 같은 솔직한 물음들이 쏟아졌다. 양지혜(14)양은 “중학생이 된 뒤 괜히 신경질만 부렸는데 앞으로는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고 아빠한테도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사로 참여했던 김희정(42)씨는 “학교 졸업한 지 20년 만에 거울 보고 발표 연습하듯 준비했다”며 “우리 아이 학교 수업에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주체가 직접 참여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점을 인정해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인성 우수자료’로 선정하기도 했다. 박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 들의 반응이 뜨거워 올해 중간고사 기간에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외부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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