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식약처 승인 30건
고도비만·헌팅턴병 신약 눈길
신약개발 경쟁력의 핵심은 임상시험이다. 특정 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하는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전 과정 중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규모와 절차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초기 설계부터 최종 분석까지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다. 임상시험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제약산업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종근당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하는 제약사로 꼽힌다. 지난해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총 30건의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그만큼 신약 후보물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종근당은 틈새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다국적제약사 제품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 작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는 전략이다.
최근 제약 분야 국제학술지 ‘R&D 디렉션즈’는 ‘글로벌 100대 혁신 신약’의 하나로 종근당의 고도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선정했다. 체질량지수(BMIㆍ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고도비만은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지만 수술 외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종근당은 당초 항암제로 개발하려던 물질이 항암 작용은 기대에 못 미치는 반면 몸무게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 고도비만 치료제로 방향을 바꿨다. 연구 중 희귀한 유전질환인 프래더-윌리 증후군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009년 미국 생명공학기업 자프겐에 기술 수출된 이 물질은 현재 호주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단계별로 성과금을 지급한다는 계약에 따라 2014년 650만달러(약 75억원)를 받았다”고 밝혔다.
류머티스관절염과 염증성 장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신약 후보물질도 개발 중이다. 이 물질은 상품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은 이 물질 연구를 중추신경계 질환으로도 확장했다. 그 결과 보행이나 발음 등에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성 뇌질환인 헌팅턴병의 신약이 될 가능성도 확인했다. 헌팅턴병 역시 마땅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신약이 나오면 의료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전망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선 탄탄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가 필수”라며 “지난해 매출액 대비 15.4%인 914억원을 R&D에 투자하는 등 연구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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