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악명이 높았던 국내 최대 음란물 소재 인터넷사이트 ‘소라넷’의 해외 서버가 개설 17년 만에 처음으로 폐쇄됐다. 국제 공조수사를 통한 첫 폐쇄 성과다. 하지만 아직 운영진이 검거되지 않은 데다 백업 파일을 활용한 소라넷 부활 가능성이 남아 있어 경찰의 추가 대응이 주목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일 새벽 네덜란드와 공조 수사를 펼쳐 용량 120테라바이트(TB) 규모의 소라넷 핵심 서버 15대를 압수해 폐쇄했다고 7일 밝혔다. 사이트 광고주와 회원 등 6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소라넷은 현재 접속이 차단됐으며 트위터 등에 ‘서버 장애’ 사실만 공지되고 있다.
소라넷은 100만명(지난해 12월 기준)의 회원을 보유한 공룡 포털이다. 1999년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소라의 가이드’로 시작해 200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한국어로 운영되는 음란 사이트 중 최대 규모로 소규모 모임만 6만여개에 이른다.
개설 이후 덩치를 불려 온 소라넷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 집단 성관계 및 성폭행을 모의하거나 카메라로 몰래 찍은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됐고 운영진은 도박사이트, 성매매업소 등과 결탁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 단순한 음란물 유통 차원을 넘어 각종 성범죄가 계획되고 또 실제 일어나는 범죄 소굴이었던 셈이다.
경찰도 소라넷의 해악이 커지자 2000년대 초부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운영자와 회선임대업체 관계자 등을 대거 검거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사이트 저장고인 서버는 해외를 유랑하며 법망을 피해갔다. 일본, 미국 등으로 서버를 옮겨 끈질기게 살아 남았고, 운영진은 우회 인터넷 주소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를 계속했다.
급기야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해 11월 소라넷 근절을 위해 미국과 공조 수사 방침을 밝힌 뒤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도 했다.
주요 서버가 폐쇄되긴 했지만 소라넷의 재등장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찰은 테리 박, 케리 송 등으로 알려진 운영진 검거가 영구 폐쇄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이 정도 규모의 사이트는 백업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운영자들이 사이트를 다시 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앞으로 운영진 검거에 주력하는 한편, 압수 서버가 국내에 들어오는 대로 소라넷에 불법 콘텐츠를 게시한 회원들과 광고주들을 추가 입건할 계획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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