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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감독 성공시대…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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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감독 성공시대…누가 있나

입력
2016.04.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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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연합뉴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연합뉴스

한국 농구에서 ‘주류’라고 하면 양대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으로 통한다.

대한농구협회 방열(75) 회장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선우(60) 총재는 연세대를 졸업했고, 한국농구연맹(KBL) 김영기(80) 총재는 고려대를 나왔다. 올 시즌 기준으로 남녀 프로팀 감독들도 16팀 중 9팀 사령탑이 두 학교를 졸업했다.

홍익대 출신의 추일승(53) 고양 오리온 감독은 현역 시절에도 철저한 무명이었다. ‘맨 손’으로 우승 감독까지 올라 요즘 표현으로 치면 ‘흙수저’에 가까운 사람이다. 흙수저는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자녀를 지칭, ‘금수저’와 상반되는 개념의 신조어다.

추일승 감독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추승균(42) 감독도 출신 대학(한양대)만 보면 비주류였지만 농구 실력 하나로 프로 무대를 평정했다.

춘천 우리은행(현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 신화를 일군 위성우(45) 감독도 추일승 감독과 닮았다. 단국대를 졸업해 1995년 실업팀 현대전자에 입단한 뒤 SBS, 모비스 등을 거쳤지만 주로 식스맨으로 나서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에서 코치생활을 하면서 지도력을 키운 그는 2012년 만년 꼴찌였던 우리은행을 맡아 단숨에 정상으로 올려놓은 뒤 4시즌 내리 정상을 밟았다.

염경엽 넥센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염경엽 넥센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프로야구에서는 염경엽(48) 넥센 감독이 비주류 성공 시대를 활짝 열어 젖혔다. 그는 야구 명문인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출신 성분’만 놓고 보면 흙수저라 할 수 없지만 현역 10시즌 통산 타율 1할대(0.195)에 그친 뒤 구단 매니저 등 프런트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2013년부터 3년 연속 넥센을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았다. 염 감독은 “무명의 현역 시절과 다양한 프런트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한다.

김성근(74) 한화 감독도 지금은 ‘야신’으로 통하지만 첫 우승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비주류였다. 일본 교토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재일동포 선수로 첫 고국 땅을 밟은 김 감독은 한국의 실업팀에 입단했지만 일본 출신의 야구인이라는 독특한 신분 때문에 힘겨운 고국생활을 했다. ‘쪽바리’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쓰던 시절이었다. 갖은 굴욕과 비하에도 그는 지연이나 학연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이기는 것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프로야구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를 거치면서 단 한 번도 헹가래를 받지 못하다가 2007년 SK 감독으로 부임해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청부사’가 됐다.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신태용(46)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축구계의 비주류로 꼽히지만 가는 곳마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대구공고에서 첫 우승을 맛봤고, 영남대에서 뛸 땐 프로 2군과 실업 강팀까지 출전한 대통령배에서 정상에 올랐다. 프로에 입단한 첫해엔 당시 약체로 분류됐던 성남 일화에 소속돼 아디다스컵에서 우승하더니 이듬해부터는 K리그 정규리그 3연패(1993~95년)의 업적을 이뤘다. 지도자로도 2009년 재정난에 빠진 친정팀 성남을 맡아 2년차였던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목표’라는 공약을 달성했다. ‘골짜기 세대’라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아서는 세계최초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양철호 여자배구 현대건설 감독. 연합뉴스
양철호 여자배구 현대건설 감독. 연합뉴스

프로배구에선 부임 2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 놓은 양철호(41) 현대건설 감독이 대표적이다. 선배 김세진(42ㆍOK저축은행 감독)과 후배 최태웅(40ㆍ현대캐티탈 감독)이 스타플레이어로 코트를 누빌 때 그는 1998년 강원 동해의 광희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에 나섰다. 2000년 서울 중앙여중 감독을 거쳐 2006년 흥국생명 코치를 역임했던 양 감독은 고(故) 황현주 감독을 따라 2009년 현대건설의 코치로 부임했다. 2014~15시즌을 앞두고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양 감독은 지난해 첫 플레이오프에서 기업은행을 만나 2전패로 탈락했다. 마침내 정상에 오른 그는 “선수 양철호는 없었다. 대학 밖에 안 나와서 실업, 프로의 세계를 몰랐다. 지금 있는 선수들과 함께 성장했다”며 “만약 스타출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꿈 같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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