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56. 다섯 살 추정 믹스 ‘설희’
지난 겨울 경기 오산의 한 폐공장 근처. 설희(5세 추정·암컷)는 나무 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언뜻 누워서 쉬는 것 같이 보였지만 사실 설희의 오른쪽 뒷다리는 상처를 입은 채 썩어가고 있었죠.
설희가 이 근처를 배회한 것은 1년 정도 전부터였습니다. 근처 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새끼들도 출산하며 살아왔는데 지난 겨울부터 오른쪽 뒷다리를 땅에 딛지도 못한 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설희를 안쓰럽게 여긴 제보자는 지역자치단체에 구조 요청을 하였지만 경계심이 심한 설희의 구조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제보자는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구조팀이 설희의 구조에 나서게 됐지요.
구조가 실패하는 사이 설희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오른쪽 뒷다리 뼈가 외부로 돌출되었고, 멀리서부터 심한 악취가 풍겨왔을 정도였는데요. 역시나 경계심이 심했던 설희는 포획틀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구조를 하지 못해 고민하던 차에 설희가 폐공장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고 이곳에서 설희를 구조할 수 있었지요.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요. 경계심이 많았던 것과 달리 직접 본 설희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항할 힘 조차 없었던 걸까요. 병원에 도착해 설희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교통사고로 인해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다리는 절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골반의 골절도 심각한 수준이었고, 심장사상충에도 감염되어 있었지요.
현재는 수술을 잘 받았고, 심장사상충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도 할 예정이고요. 처음에는 경계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활동가들을 조용히 따라다니기도 하고, 가만히 안겨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요. 한 쪽 다리는 없지만 살만 찌지 않으면 생활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5㎏ 가녀린 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던 설희와 함께 할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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