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군 부패ㆍ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돼온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뇌물 수수 규모가 1톤이 넘는 현금ㆍ보물을 챙겼던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보다 많을 것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전했다. 궈보슝이 무기와 훈련 등 군의 핵심업무를 책임졌던 만큼 ‘궈보슝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SCMP는 이날 중국군 고위층과 가까운 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군 검찰이 궈보슝의 뇌물 수수액 규모를 축소해 8,000만위안(약 142억원) 수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인민해방군 해군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도 SCMP와의 인터뷰에서 “궈보슝이 받은 뇌물의 규모가 쉬차이허우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5일 “군 검찰이 최근 엄청난 액수의 뇌물을 받은 궈보슝의 수뢰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했다”고 전하면서도 구체적인 액수나 뇌물 전달자와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좡더수이(庄德水) 베이징(北京)대 염정(廉政)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반(反)부패 당국이 공산당의 위신 보호를 위해 관행적으로 뇌물 규모를 축소한다”고 말했다.
실제 궈보슝은 지난해 4월 중앙군사위 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을 당시 무기 암거래로 천문학적인 부정축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보슝은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일할 때 총참모부와 총장비부 업무를 관장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궈보슝이 군 장비와 무기 관련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실제 뇌물 규모에 있어선 쉬차이허우보다 훨씬 컸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궈보슝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들도 군 인사와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 인사의 경우 소장 진급에는 1인당 많게는 1,000만위안(약 18억원)까지 뇌물로 받았고 중장 진급에는 뇌물 규모가 최대 3,000만위안(약 54억원)에 달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궈보슝이 조사를 받기 전 그의 부인도 조사를 받았고 아들은 군 당국에 체포되기도 했다.
궈보슝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최측근이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 군의 최고실세였던 터라 그의 부패ㆍ비리 혐의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할 경우 군 안팎으로 대규모 스캔들이 번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궈보슝 수사가 시작된 뒤로 라이처이(來策義) 부사령원(소장) 등 측근들이 면직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마파샹(馬發祥) 해군 부정치위원(소장)이 군 기율위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직후 해군본부청사에서 투신자살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가 출범한 뒤 군에서는 궈보슝과 쉬차이허우 전 부주석, 구쥔산(谷俊山) 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 등 실세들이 잇따라 부패ㆍ비리 혐의로 낙마했다. 쉬차이허우는 지난해 3월 군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방광암으로 사망했는데, 아직까지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챙긴 뇌물액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구쥔산의 경우도 부정축재 금액이 300억위안(약 5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왔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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