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조팝꽃을 좋아한다. 실처럼 가는 가지 끝까지 꽃을 피우는 식물의 생명력도 좋지만, 자잘하고 깨끗해 보이는 꽃들이 늘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팝꽃으로 꽃꽂이를 한 적도 있다. 우리의 수많은 관습과 마찰하면서도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던 이십 대, 어머니날을 맞아서였다. 꽃꽂이를 배우고 있었고, 어머니에게 조팝꽃의 이미지가 있다고 느끼던 때였다. 그땐 5월이 되어야 조팝꽃이 들판을 하얗게 뒤덮곤 했는데, 올해는 3월 중순에 동네 꽃집에서 조팝꽃을 보았다. 아직 4월 초인 어제 저녁, 인왕산 자락에서 막 피고 있는 조팝꽃을 보았다. 조팝 군락지는 마치 면도를 한 듯 평면으로 전지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조팝꽃의 그 강렬한 이미지, 실처럼 가는 가지 끝에서 피는 섬세한 꽃들을 볼 수 없도록 말이다. 도시의 꽃들은 늘 개화 시기 직전에 전지를 한다. 서울역사박물관 뒤 매화 군락지와 조팝 군락지도 해마다 그랬다. 꽃이라도 보고 나서 전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관리하는 곳에 건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십 년도 넘었다. 그 시기에 전지할 수 없으면 아예 꽃망울이 맺히기 전에 전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식물의 생멸을 잘 모르는 자가 내는 소음일지도 모른다.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작은 가지 하나를 꺾어 와 한 뼘 되는 꽃병에 꽂았다. 희한하게도 시골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예쁘다며 꽃이름을 물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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