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싸게 골프회원권을 구해주겠다’고 속여 수십억을 가로챈 뒤 바지사장의 횡령으로 뒤집어 씌우려 했던 가족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매매 대금만 받고 회원권을 양도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골프회원권 거래소 운영자 최모(66)씨와 딸(37), 아들(34) 등 5명을 구속하고 직원 윤모(36ㆍ여)씨 등 공범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대표 A씨에게 “서울 근교 골프장 회원권을 시중보다 200만원 싸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며 1억3,000만원을 챙기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28명을 상대로 총 35억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최씨 남매는 개인사업자 명의로 몇 년간 골프회원권 거래업체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아들 최씨가 불법스포츠 도박에 빠져 고객의 돈에 손을 댔고, 돌려막기로도 한계에 달하자 아버지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이에 아버지는 가지고 있던 건설 시행사 휴면 법인을 골프회원권 거래소 상호로 변경하고 자신을 회장으로, 딸과 아들을 각각 재무이사와 영업본부장으로 삼았다. 그는 법인의 바지사장 역할을 위해 B(31ㆍ구속)씨를 고용, 대표이사로 올려두는 치밀함도 보였다.
최씨 일당은 ‘저렴하게 골프회원권을 구매해주겠다’며 홍보 문자를 보낸 뒤 문자를 보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과거 골프회원권 거래업체 운영 당시 거래했던 사람들의 주민등록증과 회원권 사본을 보여준 뒤 대금을 미리 받아 챙겼다. 이후 대금을 입금한 고객들에게 “양도인의 인감증명서 유효 기간이 지났다”거나 “양도인이 해외 출장을 갔다”는 식으로 속여 시간을 끌었다.
이런 식으로 35억원을 챙긴 최씨 일당은 2월 중순 돈을 모두 인출했다. 이후 바지사장 B씨에게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해 준 뒤 경찰에 출석시켜 자신이 피해금을 모두 횡령했다고 자수하도록 종용했다. 허위 자수 대가로 B씨는 5,000만원 가량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B씨가 횡령했다는 공금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겼고 결국 추궁 끝에 최씨 가족의 사기 행각을 밝혀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 최씨는 전과 20범이었고 아들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조사에서도 “B씨가 실제 대표”라며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려 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인출한 5만원권 현금다발을 감춘 정황이 있어 계좌 추적과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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