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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이 사라진다… 연간 축구장 10배 면적 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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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이 사라진다… 연간 축구장 10배 면적 유실

입력
2016.04.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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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유실 토사만 25톤 트럭 7488대 분량

군부대 울타리ㆍ해안도로ㆍ양식장 붕괴 다반사

정밀 모니터링ㆍ근본적 대책마련 절실

너비 50m가 넘는 백사장에서 주민들이 축구를 하던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해안. 최근 해안침식으로 옛 축양장 건물 기초가 허물어졌고 고운 모래사장이 있던 곳은 시커먼 바위가 드러나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너비 50m가 넘는 백사장에서 주민들이 축구를 하던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해안. 최근 해안침식으로 옛 축양장 건물 기초가 허물어졌고 고운 모래사장이 있던 곳은 시커먼 바위가 드러나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고운 모래 백사장은 온데간데 없고... 너비 50m가 넘는 백사장에서 주민들이 축구를 하던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해안. 최근 해안침식으로 옛 축양장 건물 기초가 허물어졌고 고운 모래사장이 있던 곳은 시커먼 바위가 드러나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고운 모래 백사장은 온데간데 없고... 너비 50m가 넘는 백사장에서 주민들이 축구를 하던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해안. 최근 해안침식으로 옛 축양장 건물 기초가 허물어졌고 고운 모래사장이 있던 곳은 시커먼 바위가 드러나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지난 2009년 10월 촬영한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해안. 경북도 제공.
지난 2009년 10월 촬영한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해안. 경북도 제공.
지난 2016년 2월 촬영한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해안. 연안 침식을 막기 위해 테트라포드(TTP)방파제가 설치됐다. 경북도 제공.
지난 2016년 2월 촬영한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해안. 연안 침식을 막기 위해 테트라포드(TTP)방파제가 설치됐다. 경북도 제공.
2015년 경북도 동해안 연안 침식 실태. 41개소 가운데 C(우려)와 D(심각)등급이 각각 27곳, 6곳이고 B(보통)등급은 8곳, A(양호)등급은 단 한 곳도 없다. 경북도 제공.
2015년 경북도 동해안 연안 침식 실태. 41개소 가운데 C(우려)와 D(심각)등급이 각각 27곳, 6곳이고 B(보통)등급은 8곳, A(양호)등급은 단 한 곳도 없다. 경북도 제공.

경북 동해안이 무너지고 있다. 높은 파도 등으로 백사장이 쓸려 나가고, 해안도로와 군 경계초소, 축양장 등이 무너지고 있다. 전문연구기관에 따르면 해마다 축구장 10배 정도의 면적이 사라지고 있다. 태풍이 몰아치곤 하면 침식이 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곤 했지만 지금은 한번 쓸려 나가면 끝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군부대 진입로도 무너져

지난 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 도구해수욕장 인근. 해병대 수색대대 해변 쪽 입구는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 장병들이 오가던 시멘트 포장 길은 지진이 난 듯 조각조각 부서졌다. 임시방편으로 쌓은 돌이 길을 대신하고 있었다. 담장과 철책도 무너졌다. 바다와 부대를 가르는 경계역할을 하던 언덕도 시뻘건 속살을 드러냈다. 부대 관계자는 “해수면 상승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바다와 부대 거리가 짧아지더니 이제는 파도로 건물이 무너질 지경”이라며 “부대 앞이 곧 훈련장인데, 해수욕장 모래사장 면적이 줄어 훈련에도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도구리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불과 10년만이다. 100m가 넘던 백사장은 20m도 남지 않았다. 두 차례나 육지 쪽으로 옮긴 안전요원 관망대도 결국 물에 잠겼다. 파도의 위력을 줄여 보려고 4개의 뿔 모양으로 생긴 테트라포드를 설치했지만 역부족이다. 홍운표(61ㆍ어업ㆍ동해면 임곡1리)씨는 “겨울이면 해안도로가 빙판길이 되고 파도가 건물을 덮치기 일쑤”라며 “해안선의 변화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축구대회 열던 경정해변, 백사장 온데간데 없어

7일 낮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리 해안가는 처참했다. 20여 년 전 마을 축구대회를 열던 경정해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백사장이 넓고 아름다워 백불(벌)이라고 불렀다는 주민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50m가 넘던 백사장은 10m도 채 되지 않았다. 지금은 폐쇄된 축양장 건물은 바닥부분이 허공에 떴다. 주변에는 시멘트바닥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다. 건물 바닥과 지면은 어른 키만큼이나 벌어졌다. 영덕 블루로드 중에서고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2구간의 일부로, 언제 무너질지 위태위태했다. 모래사장이 있던 곳은 시커먼 갯바위가 훤히 드러났다. 축양장 건물 옆에 있던 고구마 밭도 사라졌다. 논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모래사장이 파도에 휩쓸려 나간 뒤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군에서 ‘접근금지’ 팻말만 세워 놓았다.

경정1리 어촌계장 김일성(70)씨는 “있던 건물도 무너지려고 하니 주민들도 바닷가 토지엔 집은커녕 경작도 포기했다”며 “여기가 영덕군이 자랑하는 블루로드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B코스라 주말 하루 3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데 군에 아무리 건물 철거를 요청해도 대책이 없어 사고가 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해안도로ㆍ펜션까지 위협

해안침식현상은 경북 동해안 전체의 문제로, 울진과 영덕, 경주를 비롯해 멀리 울릉도까지 육지와 바다의 완충역할을 하는 모래사장들이 사라지면서 해안도로는 물론 펜션 등의 건물 붕괴 위험도 우려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매화면 덕신리의 덕신해수욕장에 있던 군부대는 침식이 심해 결국 안전 지대로 이전했다”며 “후포면 금음지구와 근남면 산포지구 해안가도 해안침식이 심해 최근 바닷가 일부 건축물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동대, 41곳 조사 결과 80%가 ‘위험’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동대학교와 ㈜지오시스템리서치가 경북 동해안 41곳의 연안침식 실태 조사한 결과 침식우심지역으로 분류되는 C, D 등급 지역이 33곳(80.5%)으로 전년(25곳, 60.9%)보다 2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양호한 A지역으로 분류됐던 영덕 영덕읍 대탄리 해안도 보통인 B지역으로 악화됐다.

지난 1년 간 감소한 경북 동해안지역 연안의 침식 면적은 축구장의 10.6배에 달하는 7만6,007㎡, 체적으로는 116,816㎥, 25t 덤프트럭 7,488대 분량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안 침식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위상승, 대규모 매립 및 해양구조물 건설, 댐이나 보 등 하천수 자원 개발로 인한 토사 감소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동대 안경모(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해상에서 방파제 등 여러 가지 구조물이 설치돼 조류가 변하면서 연안 침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더구나 육지에서 용수 확보를 위해 보와 댐을 건설하면서 물이 마르고 바다로 강이나 하천의 모래가 흘러가지 못하게 되면서 연안 침식이 더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북도 관계자는 “침식 심각지역에 최우선 정비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우선순위로 8곳을 지정, 232억 원을 들여 침식 피해에 대응할 계획이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침식상황의 정밀 진단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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