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빙의된 게 아니라 캐릭터 자신일지 모른다.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의 진구 얘기다. 전쟁터와 같은 극한의 배경이 아닐 뿐 행동에서 언뜻언뜻 극중 서대영 상사의 진중함과 단단함을 엿볼 수 있다. 진구의 재발견이라는 태후에서 파트너 김지원과의 로맨스, 송중기와의 브로맨스까지 알차게 챙기며 한류스타 진출도 눈앞에 뒀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해외 인기도 높다. 기분이 좋겠다.
"좋죠, 좋죠! 좋은게 첫 번째고, 덤덤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휘둘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다시 마음을 먹게 된다."
-사전제작이라 촬영 전 준비는 어땠나.
"결말을 모르고 촬영에 들어가 사전제작의 느낌이 크게 안 났다. 요새 본방을 마음 편히 볼 때 (사전제작)했구나 싶다."
-우르크 재난 장면에서 고생이 많았겠다.
"지진 세트가 16부 전체에서 가장 힘든 상황이었다. 세트 촬영이라 공간이 협소했다. 찍을 수 있는 장소가 좁고 열악해 카메라, 조명 팀이 어려움을 겪었다. 촬영이 8월이었는데 바깥은 덥고 안은 좁고 지저분해서 힘들었다."
-김지원과의 멜로 호흡이 화제다.
"제작진과의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날부터 말이 통하겠다는 필(feel)이 왔다. 다른 여배우와 달리 조숙해 보이고 굉장히 진지하고 겸손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합이 좋았다. 고맙게도 먼저 연락해 왔고 분량에 대한 고민을 상의하기도 했다."
-띠동갑 여배우는 처음이다.
"(김)지원이보다 내 입에서 띠동갑이라는 말이 더 많이 나왔다. 띠동갑 동생이 귀엽고 그래야지 하면서 애교를 원했고 갈구했다."
-구원커플이 왜 인기라고 보나.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속 커플은 대체로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매력은 올드함이 아닐까."
▲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알파팀 배우들과도 잘 어울린다.
"정말인가? 감사하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비주얼이 굉장히 좋은 친구들인데 촬영으로 힘들어할 때 말 한 마디, 한 잔의 술, 따뜻한 밥 한끼가 위로일 수 있어 자주 했다."
-김은숙, 김원석 작가의 대본은 어땠나.
"드라마가 무겁고 묵직하고, 캐릭터도 진중해서 오글거리는 대사를 해도 진정성있게 들릴 것이라 믿었다. 데뷔할 때부터 꿈꿨던 대사들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찍었다."
-오글거리는 대사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나.
"7회 명주에게 '너한테서 도망쳤던 모든 시간들을 후회했겠지'라는 대사다. 대본이 나온 날 (송)중기가 형도 드디어 나왔다고 엄청 약 올렸다."
-군필이라 군인 연기를 잘했나.
"다시 가라면 안가는데(웃음) 그 때의 추억들이 자양분이 됐다. 당시 고마운 기억 밖에 없다. 그 때를 생각하면 생생하다. 잘해줬던 선임들, 고마웠던 후임들의 모습을 캐릭터에 녹였다. 사실 영화 '연평해전' 때 더 많이 나왔다. 드라마에서는 김일병이 삽질할 때 감싸주는 모습이 군대의 추억이다.
-송중기와의 스트라이프 셔츠 신에서 웃음을 줬다.
"우연의 일치였다. 리허설 때 제작진들이 웃어 '같은 옷을 입었구나' 알았다. 중기가 얼굴을 찍는 장면도 실제로 핸드폰을 찍었는데 방송에 나갈 줄 몰랐다. 별로 중요한 장면이 아닌데 브로맨스로 엮였다."
▲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드라마 출연진과의 단체 채팅방이 있다고 들었다.
"중기가 있는 단톡방, 없는 단톡방이 있다. 송송커플의 분량이 많아 다른 얘기를 할 때는 송중기를 제외한 채팅방에서 얘기한다. 농구 얘기도 많이 한다. 중기가 있는 채팅에서는 주로 파파라치처럼 웃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린다."
-아내의 반응도 궁금하다.
"와이프는 이미 나와 서대영을 분리시켜 시청한다. 티비에 나오는 사람은 내 남편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든다. 김지원과의 멜로신을 보며 저렇게 해달라고도 한다(웃음). 지원이가 어려 그런지 너무 예뻐해 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송송보다 구원커플을 더 많이 응원한다."
-중국 반응도 심상찮다.
"예전에 이병헌 선배 팬미팅 때 게스트로 출연했다 나랑은 다른 세상이구나 싶어 완전히 포기했었다. 요즘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중국진출 준비는 하나.
"중국어를 배운지 한 달이 넘었다. 흉내내는 걸 잘하는 직업이다 보니 중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다. 벌써 간단한 소통 정도는 가능하다."
-소속사 선배 이병헌의 반응은.
"영화 '마더' 이후로 칭찬이 끊겼다. 그전엔 형식적 칭찬이라도 해줬다. '마더'를 본 뒤 '이제 더 내가 얘기해줄게 없네'라고 하더니 정말 없다. 무언의 칭찬이 아닌가 싶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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