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에 “이해해 달라” 양해 구해
지원 유세 대신 격려 ‘조용한 방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르면 8일 광주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뿐 아니라 주말에 다른 호남 지역도 찾을 예정이다. 호남의 국민의당 바람을 막는 동시에 야권의 텃밭인 광주에서의 반문재인 정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다. 이렇다 할 이슈 없이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은 물론 수도권 판세까지 흔들 수 있는 막판 변수라는 점에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6일 “문 전 대표가 광주를 비롯해 지원 요청이 들어온 호남 일부 지역을 방문하기로 최종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방문 시점을 최종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 측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측과도 협의해 왔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호남행에 부정적이었던 김 대표에게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뒤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호남 방문에서 후보들을 위한 지원 유세에 나서는 대신 후보 사무소를 찾아 격려하는 방식으로 ‘조용한 방문’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뿐만 아니라 더민주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호남 유권자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호남 주민들의 쓴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국민의당으로 돌아선 호남 유권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호남 민심을 자극할 경우엔 역효과가 더 클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도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 스스로 호남의 득표가 더 잘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저로선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서 “호남에서도 문 전 대표를 모셔다 유세하는 게 득표에 유리하다 하는 분들이 초청하면 제가 막을 수 없다”고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문 전 대표가 방문할 지역은 이미 방문을 요청했던 전남 여수을(백무현 후보) 외에 광주 동남갑(최진 후보), 전북 전주을(최형재 후보), 익산을(한병도 후보), 정읍ㆍ고창(하정열 후보) 등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를 제외한 이들은 친노무현ㆍ친문재인 인사로 꼽힌다. 한병도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문 전 대표가 익산을 방문해주기로 했다. 다만 현재 일정은 조정 중"이라며 "오늘 밤이나 내일 오전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호남의 문재인 바람이 광풍이 되기를"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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