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득주도 성장론에 우호적
미ㆍ영ㆍ독 등 해외서도 현실화 바람
노동계 1만원 주장 경영계는 난색
상여금ㆍ식대 등 산입이 핵심 쟁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한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노사 협상이 7일 시작된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어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는 특히 이목이 쏠린다.
“6500원 수준에 그칠 것”
7일 첫 전원위원회를 여는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6월 말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는 노동계ㆍ경영계ㆍ공익 대표 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최대 관심사는 인상 폭이다. 매년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동결 불가피를 주장하는 경영계가 맞서면서 최저임금 결정 시한인 6월 말을 넘겨 협상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올해 분위기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노동계는 지난달 24일 일찌감치 시급 1만원(월 209만원)이라는 최저임금 요구안을 내놨다. 6일에는 한국노총ㆍ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의 네트워크인 ‘최저임금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가구생계비’를 충족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6,030원(월 126만원)은 2014년 기준 미혼 노동자 한 명 생계비의 81% 수준에 불과하다. 2, 3인 가족의 생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아직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점을 감안, 또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18.2%까지 치솟은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오르는 노동자의 비율)은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 제도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중소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하고 고용 악화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은 부적절하다”라고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정부 의지가 관건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금 인상을 통해 내수 부양을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비교적 우호적인 편이다. ‘와전’이라며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새누리당은 지난 3일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8,000~9,000원 선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독일을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영국, 일본, 러시아 등이 올해 잇달아 최저임금 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도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기대케 하는 요소다.
하지만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어려울 거라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시사했지만 실제 인상률은 전년보다 고작 1%포인트 높은 8.1%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야당이 4년 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인상률 13%안까지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예년의 사례를 봤을 때 최종 인상률은 8%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8% 인상될 경우 내년 최저임금은 6,510원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쟁점
최임위는 최저임금 인상 폭뿐 아니라 각종 최저임금 제도 개선 의제도 논의한다.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 ▦최저임금 산입(算入) 범위 ▦지역별ㆍ업종별 차등화 ▦15시간 미만 근로자의 주휴수당(8시간씩 5일 근무시 지급하는 하루치 수당)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산입 범위 확대 여부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이나 숙박비, 식대 등은 최저임금 판단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이런 비용도 실제 지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최저임금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산입 범위는 시행규칙으로 조정할 수 있어 정부 의지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상여금 등을 계산에 넣게 되면 그만큼 최저임금이 깎이는 꼴이어서 노동계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산입 범위를 넓히는 대신 인상률을 대폭 높이는 식의 절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입 범위 확대에 대타협이 필요한지 작은 합의로도 충분한지 가늠하려면 범위를 넓힐 경우 영향 받을 근로자가 얼마나 되고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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