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49)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과 김상헌(53) 네이버 대표에게 넥슨 주식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지목된 박성준(49)씨가 6일 한국일보와 만나 “넥슨이 성공할 것 같아 투자를 권유했다”며 “무엇이 문제냐”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그가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김정주 넥슨 회장 개입설과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박씨는 이날 서울 역삼동의 한 사무실에서 “김 대표, 진 검사장, 김 회장과 모두 친분이 있다”며 “김 대표와 진 검사장에게 넥슨 투자를 권유했고, 이들이 함께 투자한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를 권유한 이유에 대해선 “회사가 성공할 것 같으니 한 것”이라며 “미공개 정보라든지 불법적인 시세 차익 같은 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김 회장이 투자를 권유했다거나 (나를 시켜 진 검사장에게) 권유하라고 한 건 절대 아니다”며 “설사 김 회장이 투자를 권유했다 하더라도 그게 왜 문제가 되냐, 회사가 망할 것 같으니 투자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김 회장은 일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친구”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어 “넥슨을 비롯해 거론되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굳이 해명할 필요성 조차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진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서도 “투자한 사실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가 공무원이 투자해서 돈 벌면 무조건 나쁘게 보는 인식이 부담스러워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컨설팅업체 출신인 박씨는 2005년 진 검사장과 김 대표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을 매수할 것을 권유한 장본인이지만 그 동안 정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넥슨의 2011년 감사보고서에는 진 검사장, 김 대표와 함께 박씨도 0.23%의 동일한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와 있다. 김 회장과는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친구 사이이다.
박씨는 이날 “진 검사장, 김 대표 모두 같은 가격에 샀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매입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주당 4만원에 사 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넥슨 주식 가격은 10만~18만원 선이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씨의 증언은 3명 모두 실제 주당 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에 주식을 손에 넣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씨는 금싸라기 주식을 굳이 이들에게 판 매도자의 신원에 대해선 “10년도 더 된 일이라 주식 매도자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을 회피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