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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선거구’ 유세 하루 이동거리가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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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선거구’ 유세 하루 이동거리가 450㎞

입력
2016.04.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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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00㎞ 정도 뛸 거예요. 450㎞ 가까이 움직인 어제보단 낫겠네요.”

‘공룡 선거구’로 불리는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홍천을 지역구로 둔 황영철 새누리당 후보의 하루는 다른 어느 후보보다 길고 힘들다. 5일 오전 9시 홍천 시외터미널 앞에서 만난 그는 유세가 끝나자마자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 맸다. 이날도 홍천에서 양구로 갔다 다시 홍천으로 돌아오는 만만치 않은 유세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6일 예정된 후보자 TV토론 준비로 동선을 최소화 한 게 이 정도다. 인제를 시작으로 철원, 홍천의 읍ㆍ면 곳곳을 훑었던 전날 선거운동은 차량 이동시간만 5시간에 달했다. 황 후보는 “유권자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게 관건인데 지역구 안에서의 이동에 애를 먹다 보니 선거운동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20대 총선 선거구 재획정으로 5개 시ㆍ군이 묶인 공룡 선거구가 등장하면서 후보들이 극한 선거운동에 진땀을 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홍천 선거구는 면적이 5,697㎢로 가장 넓다. 49개 지역구가 있는 서울 전체 면적의 10배에 이르고, 강원도 전체 면적의 35%에 해당한다.

조일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이날 이동 시간만 2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다녔다. 전날에는 홍천에서 인제를 거쳐 양구에 들렀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 아예 양구의 한 경로원에서 새우잠을 잤다. 이런 일이 다반사라 조 후보는 어디서든 잠을 잘 수 있도록 차에 이불 여러 채를 싣고 다닌다. 이날 오전 1시간 거리를 되짚어 다시 홍천 유세장으로 온 그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기 위해선 일정이 늦게 끝날 경우 해당 지역 경로원이나 회관에서 쪽잠을 자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분 단위로 선거운동을 다니는 도시 지역 후보들과 달리 이 지역 후보들은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군에서 군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최소 40분은 걸리기 때문이다. 5개 군에 모두 들른다면 이동거리만 215㎞이고 5시간 넘게 걸린다. 문제는 이렇게 시간을 쏟아도 만날 수 있는 주민은 고작 30명 안팎이라는 점이다. 면적은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이다 보니 비용 대비 선거운동의 효율은 매우 낮은 것이다. 황 후보의 아들 병준(24)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느라 처음엔 수업이 없는 날에만 강원에 왔다가 최근엔 아예 휴학을 하고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비용도 만만치 않다. 차량 기름값은 둘째 치더라도 5개 군에 각각 선거사무소와 운동원을 두고 홍보물을 설치하려면 거액이 든다. 특히 기존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선거구에 홍천군이 새로 포함됐지만, 선거비용 제한액은 2억1,500만원으로 불과 2,200만원 늘었을 뿐이다.

후보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유권자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32년간 홍천ㆍ양구 등지에서 채소장사를 해왔다는 정모(62ㆍ여)씨는 “의원을 직접 보는 건 선거운동 때나 가능한데, 유세 한 번 보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믿고 뽑은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지역 곳곳에 신경을 써주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인구수 편차를 맞춰 선거구를 획정하다 보니 서울이 아닌 지방의 경우 선거구가 넓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해당 선거구 후보 및 유권자들의 불만 등을 토대로 추후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천ㆍ양구=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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