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후보 찍어달라” 문자 발송
최 후보 직접 관여한 정황 포착한 듯
캠프 인사 1명 구속… 1명은 영장 기각
농협중앙회장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월 치러진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최덕규(66) 후보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측근 인사 한 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이날 최 후보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선거 관련 각종 서류와 그의 휴대폰,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최 후보는 지난 1월 12일 농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검찰은 1ㆍ2위를 기록했던 이성희ㆍ김병원 후보가 맞붙은 2차 투표를 앞두고 일부 선거인단에게 “2차에선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달라. 최덕규 올림”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과정에 최 후보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선거 당일 일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 후보 지지유도 문자메시지를 보낸 당사자 2명 중 한 명인 전직 농협 직원 김모씨를 이날 밤 구속했다. 농협대 교수 이모씨에 대해서도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씨의 영장은 기각했다.
검찰은 조만간 최 후보를 불러 문자 발송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농협 회장에 당선된 김 후보와 최 후보 사이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두 사람이 단순히 ‘2차 투표에 한 사람만 올라가면 서로 지원해 주자’ 정도의 합의만 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금품이나 이권 등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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