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고메즈. /사진=임민환 기자
총체적 난국이다.
불과 1년 전 우승 후보로 평가 받던 SK가 순위표 맨 아래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SK 왕조'를 구축했던 2000년 후반은 먼 과거의 일이 됐다. 올해 개막 3연전부터 막내 구단 kt에 1승2패로 열세를 보이더니 5~6일 부산 롯데전마저 내리 졌다. 10위에 머물고 있는 SK의 경기력을 볼 때 탈꼴찌는 쉽지 않아 보인다.
SK의 추락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28)다. 오른손 거포 내야수로 기대를 모으고 메이저리그 출신 고메즈를 데려왔지만 공수에 걸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고메즈는 5경기에서 타율 0.105(19타수 2안타)에 그쳤고, 삼진은 6개나 당했다. 안타 2개는 홈런 1개와 2루타 1개로 모두 장타다.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다. 타석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문제다. 5일 경기에서 잠수함 투수 정대현이 던진 유인구를 터무니 없는 헛스윙 3개로 삼진으로 돌아선 장면이 고메즈의 문제점을 잘 나타내줬다.
또 상황에 맞는 팀 배팅을 못한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오른쪽으로 타구를 밀어내 진루타를 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대로 극단적인 당겨치기를 한다. 김용희 SK 감독은 2번 타순에서 고메즈가 공격 흐름을 자꾸 끊자 7번으로 내려 보내 편한 마음으로 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래도 김 감독은 "언젠가는 (제 몫을) 해줄 선수"라며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 있다"고 고메즈를 향한 신뢰를 나타냈다.
고메즈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팀 타격 페이스도 가라앉았다. 주전 타자 가운데 1할 타자만 4명에 달한다. 김 감독이 타선의 키 플레이어로 꼽은 최정과 김강민은 지난 시즌 부진에 이어 FA(프리에이전트) 2년 차를 맞아서도 나란히 1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다. 팀 득점권 타율은 0.188로 10개 팀 중 9위에 처질 만큼 찬스에 약하다.
확실히 정리가 안 된 계투조 운영 역시 문제다. SK는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김광현을 제외하고 메릴 켈리와 크리스 세든, 박종훈이 선발 투수로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그러나 벤치의 한 박자 느린 투수 교체, 필승조와 추격조가 구분이 안 되는 오락가락 투수 운용으로 경기를 그르쳤다. 마무리 투수 임무를 맡긴 박희수는 아직까지 몸 한번 풀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개점 휴업 중이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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