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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천막 사무소와 대안정당

입력
2016.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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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에 차창으로 내다보는 광화문 광장에 얼마 전 천막이 세워졌다. ‘대안의 숲, 전환의 씨앗’이라는 글씨가 붙은 이 공간은 4ㆍ13 총선 녹색당 종로구 후보 하승수의 선거사무소다. 유권자의 외면과 언론의 무시 속에서 이렇게라도 존재를 알리려는 노력이 가상하면서도 안쓰럽다. 한국에서 녹색당은 의원 하나 없는 소수 중의 소수 정당이다. 녹색당의 원조인 독일 녹색당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독일 녹색당은 1983년부터 연방의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주요 정당이다.

▦ 독일 녹색당은 1998년 연방정부에 참여하면서 여당이 되기도 했다. 다시 야당이 된 지금도 연방의회 의석 630석 중 63석을 차지하고 있다. 생태, 반전평화, 사회정의, 인권, 비폭력 등의 가치를 내세운 대안정당으로 출발해 정치세력으로서 자리를 굳힌 것이다. 최근 주목 받는 대안정당으로는 스페인의 포데모스가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의 포데모스는 2014년 1월 창당해 이듬해 12월 총선에서 제3당이 됐다. 자원봉사와 시민성금에 의존하고 선거자금도 기존 정당의 수십 분의 1만 썼다.

▦ 포데모스는 또 전직 의원에게 주는 퇴직연금을 받지 않고 월급도 1,950유로(약 250만원)만 받기로 했다. 지방의 의원이 수도 마드리드에 머물 때 받는 숙박비와 출장비도 월 850유로로 제한했다. 남는 돈은 시민 창업 프로그램 등에 사용한다. 외국 사례가 말해주듯 대안정당은 지향점과 운영방식이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낸 21개 정당 중 진보정당으로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이 있다. 국민의당도 대안정당을 자처하지만 지향점과 운영방식이 기존 거대 정당과 다르지 않다.

▦ 진보 성향 대안정당은 복지, 노동, 생태, 한반도 문제, 소득 등의 공약에서 보수 정당과 차이가 크다. 그러나 현역 의원 다섯 명이 있는 정의당을 뺀 나머지 정당은 3% 득표로 1명이라도 당선시키는 게 이번 총선의 현실적 목표다. 야권 지지자로서는 보수 야권이 분열된 가운데 대안정당으로 표가 흩어지면 새누리당만 좋을 것이라는 게 고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 야당에 질린 야권 지지자들이 대안정당에 꽤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압승, 대안정당의 원내 진입이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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