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예방을 위해 사방댐공사를 하던 충북도가 문화유적 훼손 우려가 있다는 지역 환경단체의 지적에 곧 바로 공사를 중단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이례적으로 “남다른 역사의식을 보여준 충북도에 박수를 보낸다”는 성명을 냈다.
충북도는 충주시 노은면 수룡리 천룡계곡 주변에서 벌이던 사방댐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에서 문화재 지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6일 밝혔다. 도는 지표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수룡리 마을의 수해를 막기 위한 공사는 지난 3월 초 착공, 석축쌓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도가 갑자기 공사를 중단한 것은 지역 환경단체가 문화유적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충북환경운동연대(대표 박일선)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수룡리 사방댐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삼국시대 유물이 출토된 ‘보련사지’일 가능성이 크다”며 “유적을 훼손할 수 있는 공사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련사가 천룡산에 있으며, 천룡산과 보련산은 동일한 산이라는 기록이 있는 점과 천룡계곡 경사면에 사찰 돌무지 모습이 남아 있는 점으로 미뤄 공사현장이 보련사지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 박일선 대표는 “현장을 탐사한 결과 축대 밑을 도려내는 사방댐 공사가 절터의 붕괴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였다”며 “이제라도 현장 재조사와 함께 공사방식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런 지적에 충북도는 즉각 반응했다. 다음날인 5일 도산림환경연구소와 문화재연구원이 합동으로 공사장을 돌아본 뒤 공사중단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도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정밀하게 벌인 뒤 발굴조사기관과 향토사학자, 관련 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합동회의를 열어 결론을 도출키로 했다. 이 결과를 충북환경운동연대는 수용키로 약속했다.
이 같은 충북도의 조치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공사 현장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충주시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충주시는 공사 현장인 계곡이 절터가 아니며, 절터라도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아 공사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충북환경운동연대는 “절터에 대한 지표조사 과정에서 전문가가 절터의 역사적 중요성을 충주시에 알렸는데도 시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 원형이 심각할 정도로 변형됐다”며 “공사가 진행되는 계곡은 절터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충북환경운동연대는 도의 즉각적인 조치에 대해 “신속히 현장을 방문해 책임있는 결정을 내린 충북도에 감사드린다”는 성명을 냈다. 충주시에 대해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가 비지정문화재를 파악해 등록문화재로 보존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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